이란핵합의·대사관예루살렘 이전…중동 뒤흔들 '빅뱅'의 한 주
'데드라인' 앞둔 미, 핵합의 철회시 이란 핵활동 재개 '으름장'
핵폭탄급 대형 악재 터지면 전쟁 수준으로 위험 고조 가능성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정세를 뒤흔들 '미국발' 대형 이슈가 이번 주부터 잇따라 예정돼 전 세계의 이목이 중동으로 모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철회 위협'으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백지로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데다, 미국 정부가 종교· 민족적으로 가장 예민한 문제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도 강행할 태세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이 해법이 보이지 않고 긴장만 첨예해지는 터라 이런 악재가 연쇄적으로 터진다면 중동의 위험 수위는 전쟁 전야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2015년 7월 역사적으로 타결된 이란 핵협정은 이듬해 2월 이행을 시작했다.
그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대이란 제재를 유예 또는 폐지했고, 이란도 핵프로그램을 축소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기별 사찰을 받았다.
별 탈 없이 유지되는가 싶었던 이란 핵합의는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파국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가 이란의 핵보유를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서방 제재의 위력으로 고사하던 이란 경제에 생명줄을 달았다면서 '최악의 협상'으로 헐뜯었다.
이는 엄포로만 그치지 않을 기세다. 핵합의 파기에서 수정으로 다소 입장이 바뀌었으나 이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대이란 제재 유예 연장을 결정했으나 다음 시한인 5월 12일까지 이란이 핵합의 수정을 위한 재협상을 수용하지 않으면 핵합의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핵합의'에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사찰 ▲이란의 역내 영향력 제한 ▲이란 핵프로그램 제한 일몰조항 삭제와 같은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은 이미 2년여 전 다자간 협상으로 최종 탄생한 핵합의를 이제 와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재협상 테이블에 스스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IAEA는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11차례 낸 사찰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핵합의 이행을 확인했다.
핵협상에 참여한 영·프·독 등 EU 측은 핵합의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의 수용한 중재안을 들고 이란에 양보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란은 이달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으면 핵합의를 깼다고 보고 핵합의에서 약속한 수준 이상으로 우라늄 농축을 신속히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핵합의의 틀을 벗어나 핵무기 보유를 목표로 핵활동을 재개한다면 당장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겠다고 나설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란은 전위부대인 레바논 헤즈볼라와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조직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반격을 벼르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핵활동을 재개하면 자신들도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인 14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도 가히 '핵폭탄급'이다.
예루살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전해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한 뒤 국제법상으로 어느 나라 영토도 아니다.
이곳은 유대교와 이슬람 모두의 성지다. 이들 종교가 민족적 요소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예루살렘은 분쟁과 갈등을 내포한 중동의 가장 민감한 뇌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버리면 이 뇌관을 격발하는 셈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종교적 충돌로 그치지 않고 미국과 아랍권, 서방과 이슬람권의 정면 대치로 번질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중동에서 팔레스타인과 동예루살렘은 이민족, 이종교에 핍박받는 무슬림의 상징이다.
대사관 이전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민중적 저항, 하마스의 무장 투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혼란 속에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중재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현재로썬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이달 12일 예정된 이라크 총선도 관심을 끈다.
이슬람국가(IS) 사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이라크 총선은 여느 때처럼 수니와 시아파의 종파간 내부 대결일 뿐 아니라 두 종파의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이다.
발등의 불이었던 IS 사태가 종결되고 나서 이번 총선으로 이라크의 권력 지형이 판가름난다.
특히 이번 총선은 친이란 정파가 얼마나 의석을 차지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이란은 친이란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PMU)를 직접 지원해 IS 격퇴에 크게 역할을 했다. 이 민병대 출신이 이번 총선에 후보로 대거 출마했다.
이라크 정부가 이란에 우호적이어서, 의원 내각제인 이라크의 의회까지 친이란 세력이 장악한다면 이란은 사우디, 미국에 맞서 시리아-이라크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를 한층 두텁게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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