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함안보 산소 고갈되고 펄 썩어…놔두면 '죽은 강' 될 것"

입력 2018-05-06 15:49
"창녕함안보 산소 고갈되고 펄 썩어…놔두면 '죽은 강' 될 것"

수심 8.15m 용존산소량 0.06ppm 불과…4급수 사는 실지렁이도 발견

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현장 조사

(함안=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강바닥 산소가 이 정도면 살 수 있는 물고기가 없습니다. 보가 있는 한 물이 흐리지 않아 강바닥에는 썩은 펄이 쌓여가고 산소는 고갈되는 상황이 점점 악화해 결국 '죽은 강'이 되고 말 겁니다"



6일 경남 창녕함안보 하늘은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때문에 낙동강처럼 희뿌연 색을 띠고 있었다.

이날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창녕함안보 현장조사를 했다.

수질과 저질토 검사를 위해 배에 올라탄 대한하천학회 박창근 회장은 강풍에 배가 세차게 흔들리자 '이런 날씨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고 거듭 되뇌며 안타까워했다.

수차례 강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겨간 끝에 수심 8m가 넘는 위치를 찾은 그는 측정기의 용존산소량(DO) 수치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다른 곳에서 2∼3ppm을 오가던 용존산소량은 천천히 떨어지더니 이내 1ppm 아래로 내려갔다.

뜸을 들이며 낮아지던 수치는 어느새 0.1ppm을 기록하더니 쉴 줄 모르고 계속 내려갔다.

'이 정도면 됐다'던 박 회장도 수치가 계속 떨어지자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자신의 말을 주워담으며 측정기를 응시했다.

최종 결과는 수심 8.15m에서 용존산소량 0.06ppm이었다. 강바닥에 사실상 물고기가 숨을 쉴 수 있는 산소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치어가 보통 강바닥에서 생존하려면 용존산소량 3∼4ppm이 필요하다.



박 회장은 "다른 강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치를 오늘 창녕함안보에서 기록했다"며 "보가 설치된 한 낙동강 수질은 해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바닥 펄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펄을 채집해 배 위로 쏟아내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썩어버린 펄이 내는 악취였다.

육안상 펄은 시커먼 색깔에 강한 점도 때문인지 끈적끈적한 상태로 뭉쳐 있었다.

이처럼 펄이 썩은 까닭은 펄 내에 유기물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못해도 유기물이 10% 이상 펄 속에 포함된 것 같다"며 "강이 흘러야 유기물을 씻어내고 퇴적물이 쌓이지 않는데 지금 낙동강은 유속이 느리니 이렇게 강바닥이 시커멓게 썩은 펄로 뒤덮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녕함안보 인근 선착장 펄층에서는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수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외래교수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전에는 낙동강이 모래층이었기 때문에 실지렁이 등이 서식하지 않았다.

서식한다고 하더라도 물이 정체된 일부 구간에서나 겨우 볼 정도였다.

보로 인해 물 흐름이 없이 정체되다 보니 낙동강 바닥 전체가 펄로 코팅되면서 실지렁이가 광범위하게 서식하기 시작했다.

이날 두 삽에서 7∼8마리의 실지렁이가 발견됐다. 이를 개체 서식면적으로 환산하면 1㎡에 실지렁이 70∼80마리가 살고 있을 것으로 박 교수는 추정했다.



그는 "실지렁이 발견은 낙동강 변화의 증거로 생물 다양성을 저해하는 환경으로 변했다는 뜻"이라며 "주기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숨 쉬었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금강, 낙동강 일대에서 4대강 실상과 그 대책을 마련하고자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이날 창녕함안보와 본포취수장 조사를 끝으로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이들은 조만간 조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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