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성태 폭행사건' 국회 정상화 걸림돌 되면 안 된다

입력 2018-05-06 14:10
[연합시론] '김성태 폭행사건' 국회 정상화 걸림돌 되면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30대 남성에게 폭행당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사흘째 단식농성 중이었다. 폭행 가해자는 이날 오후 오른팔에 붕대를 감은 채 김 원내대표에 접근하려다 당직자의 만류로 제지당했다. 인근에서 있던 이 남성은 화장실에 가려고 국회 본관 앞 계단을 오르는 김 원내대표에 다가가 그의 턱을 한 차례 가격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폭행당해 계단에 쓰러진 김 원내대표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얼굴 CT' 촬영 등의 진단을 받은 뒤 퇴원했다. 국회 폐쇄회로(CCTV) 영상과 현장을 목격한 한국당 당직자 증언에 따르면 이 남성은 김 원내대표에게 접근하려다 제지당할 때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해달라는데 그렇게 어렵나. 김경수 의원은 무죄라 하지 않는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9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폭행사건을 '정치테러'로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부터 의원 10명씩 조를 짜 24시간씩 릴레이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규탄 및 특검 도입 촉구를 위한 천막 투쟁의 수위를 높여 당초 시간대별로 3∼4명씩 참여하던 것을 하루 10명이 24시간씩 담당하기로 했다. 목 보호대를 한 채 의총에 참가한 김 원내대표는 "처참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정치만 난무하고 대의민주주의는 실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이 수용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번 사건은 절대로 혼자 한 게 아니다"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정치적 이념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 경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우발적 단독범행인지, 정치적 배후가 있는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소극적 초동수사로 실체적 진실에 대한 의혹만 키웠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번 폭행은 드루킹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던 야당 원내대표에게 가해진 만큼 '정치색'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면 소모적 정치공방으로 이어지는 '제2의 드루킹 사건'으로 비화할 우려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면 논의 중인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국회 정상화 협상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건 당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무산된 데 이어 협상 모멘텀까지 꺾일까 우려스럽다. 국회 관계자는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폭행 피해자인 김 원내대표가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회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자동차·조선산업 구조조정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방송법,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등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야는 7일까지 드루킹 특검을 비롯해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각종 쟁점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해왔다. 여야는 김 원내대표가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원내대표 회동 날짜를 다시 정해 막힌 물꼬를 터야 한다. 폭행사건과 별개로 여야가 협상에 나서 극적 타결을 이루길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