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싸움에 나선 테니스 스타 '보리 vs 매켄로'

입력 2018-05-06 13:29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 테니스 스타 '보리 vs 매켄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스포츠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승리는 강력한 적수를 만났을 때 더욱 빛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영화 '보리 vs 매켄로'(10일 개봉)를 보고 나면 그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작품은 1980년 세계 최초로 윔블던 테니스 대회 5연패에 도전하는 스웨덴 선수 비외른 보리와 그를 꺾을 새 강자로 주목받던 미국 선수 존 매켄로의 실화를 그린다. 윔블던 대회 당일을 중심으로 두 선수의 경기 모습과 어린 시절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두 선수는 여러모로 달랐다. 긴 금발에 헤어밴드를 두른 보리는 경기중 평정을 잃는 법이 없어 '아이스 보리'로 불렸다. 반면, 매켄로는 코트 위에서 자신의 감정을 불같이 드러내 '코트의 악동'이란 별명을 얻었다.



영화는 두 선수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도 보리 쪽에 좀 더 무게중심을 싣는다. 이미 4번 연속 정상에 오르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보리는 또다시 승리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괴로워한다.

그를 오랜 기간 옆에서 지킨 코치도, 애인도 중압감을 덜어줄 수는 없다.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뿐이다. 어린 시절 불같은 성격 때문에 출전정지까지 당한 그에게 코치는 "내 안의 감정을 털끝만큼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열망과 승리욕, 불안감으로 늘 불타오른다.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보리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마치 폭발 직전의 활화산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스웨덴 국민과 영국 관중들은 그의 5연패를 응원하지만, 또 다른 스타의 등장을 내심 기다린다는 것을 보리는 잘 안다. 그래서 그에게 2위는 준우승이 아니라 패배이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8강, 4강에 손쉽게 오른 매켄로지만 결승이 다가올수록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상한 두뇌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매켄로는 어린 시절, 엄한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러나 그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돌출 행동과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관중들은 그런 그에게 환호 대신 야유를 보낸다.

영화는 마지막 20분 동안 두 사람이 펼치는 결승전을 마치 실제 경기를 중계하듯 보여준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장면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두 선수의 모습이 희열과 감동을 준다.

보리 역의 아일랜드 출신 배우 스베리르 구드나손과 매켄로 역의 샤이아 라보프는 자신이 맡은 배역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두 선수의 실제 사진이 올라오면 깜짝 놀랄 정도다. 전쟁 다큐멘터리 '아르마딜로'로 다큐멘터리 최초로 제63회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대상을 받은 덴마크 출신 감독 야누스 메츠가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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