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의 덫'…민주 광주 단체장 경선서 모두 실패
섣불리 추진하면 오히려 경쟁 상대 대세론만 확인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경쟁후보를 제치기 위한 후보 단일화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단일화에 성공한 후보들도 1위 탈환에 실패했고, 단일화에 실패한 후보들은 우려대로 경선에서 패배했다.
단일화를 했더라면 경쟁후보를 이겼을 수 있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후보들도 있었지만, 했더라도 '단일화의 덫'에 빠져 결국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7일 지역정치권에 따르면 후보 단일화는 광역·기초를 막론하고 민주당 광주 단체장 경선에서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일찌감치 달아올랐던 광주시장 후보 경선부터 단일화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지율 조사에서 2위 후보를 10% 이상 앞섰던 이용섭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 강기정 후보를 중심으로 구청장 출신인 최영호·민형배 후보가 한데 모였다.
불출마를 선언한 현직 윤장현 시장 측까지 경선 직전 강 후보에 힘을 실었지만, 결국 결선까지 가지도 못하고 1차 투표에서 패했다.
구청장 후보 경선에서도 단일화는 '전가의 보도'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처럼 보였으나 단일화는 기대했던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광산구청장 경선에서는 윤봉근 후보를 중심으로 김영록·김형수·임한필·장성수 4명의 후보가 뭉쳤으나 줄곧 1위를 달렸던 김삼호 후보를 제치지 못했다.
북구청장 경선에서도 고위관료 출신에 맞서는 시의원 2명의 단일화가 관심사였다.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번갈아 하기도 했던 문상필·조오섭 예비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끝내 실패했고 지지율이 엇비슷했던 문인 후보에게 두 명 모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선거때마다 단일화는 단골메뉴처럼 등장하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후보 단일화 성공 가능성이나 효과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단일화는 보통 하위권 후보들이 힘을 합쳐 상위권 후보를 제치기 위한 선거 전술이다.
두 세명의 후보가 한 명의 후보를 이기기 위해 모인 것이므로 겉으로 보기에는 파괴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단일화를 하려다 실패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고 단일화를 했더라도 승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단일화 시도 자체가 경쟁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오히려 1위 후보의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단일화를 하면 단일 후보 측 표심이 일정 부분 모이기도 하지만 경쟁후보 측 표심을 자극해 반대편을 더욱 결집하는 역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단일화했다고 해서 단일화에 참여한 후보 측 지지표들이 단일 후보에게 그대로 옮겨가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광주시장 경선이나 광산구청장 경선에서 이 같은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단일화를 했더라도 경선에서 상대 후보를 이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북구청장 경선의 경우 2·3위인 조오섭(34.21%)·문상필(29.73%)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1위를 차지한 문인(39.68%)보다 훨씬 많지만, 단일화를 했더라도 경선 승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마찬가지로 서구청장 경선에서도 2·3위를 차지한 김보현(28.98%)·김영남(16.23%) 후보의 합산지지율은 1위 서대석(44.32%)후보를 앞서지만 단일화를 했더라도 승리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한 단일화는 지금까지 성공한 적이 없다"며 "무리한 단일화 추진은 오히려 단일화를 추진하는 후보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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