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추락 백규정 "노력의 힘 깨닫는데 4년"
교촌 허니레이디스오픈서 1, 2라운드 연속 언더파
(춘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늘 정상에 있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단 걸 깨닫는 데 4년이 걸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백규정(23)에게 지난 2014년은 화려했다.
데뷔해서 4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2차례 더 우승해 신인왕을 손에 넣었다. 특히 그해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제패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큰 기대를 안고 미국 무대에 진출한 백규정은 그러나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첫해는 상금랭킹 57위(32만5천 달러)였다. 신인치곤 괜찮은 성과였지만 신인왕을 노릴 만큼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듬해 백규정은 상금랭킹 90위(14만달러)로 떨어졌다. 2년 동안 톱10 입상이 딱 한번 뿐이었다.
지난해 백규정은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하지만 돌아온 국내 무대도 녹록치 않았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딱 4번만 컷을 통과했다. 상금랭킹은 111위(1천626만원)에 그쳤다.
백규정은 "2015년이 최악인 줄 알았더니 다음 해가 더 나빴다. 그런데 진짜 최악은 작년이었다"고 말했다.
5일 강원도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LPGA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에서 백규정은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쳤다.
전날에도 1언더파로 선전했던 백규정은 오전 한때 리더보드 맨 윗줄을 꿰차기도 했다.
백규정이 언더파 스코어를 낸 것은 지난해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69타 이후 8개월 만이다.
2라운드 연속 언더파는 화려했던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합계 3언더파 139타로 2라운드를 마친 백규정은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부활의 조짐을 보인 백규정은 "그동안 내가 정상에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피나는 연습 없이도 경기에 나서면 수월하게 좋은 결과를 손에 넣었다. 나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백규정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연습량을 크게 늘렸다. 대회가 없는 날에는 1천개씩 연습볼을 쳤다.
이 대회 전날에도 1천개의 연습볼 타격은 그대로였다.
백규정은 이날 7차례나 그린을 놓쳤지만 모두 파를 지켰다.
그는 "전에는 그린 미스가 거의 없어서 쇼트게임 연습을 잘 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린을 놓치는 일이 많아지니 쇼트게임에 공을 들이게 됐다"고 웃었다.
백규정은 지난해 21차례, 올해는 5개 대회 모두 컷 탈락했다.
그러나 백규정은 한번도 기권하지 않았다. 80대 타수를 치고도 꿋꿋하게 2라운드를 모두 마쳤다.
백규정은 "지금도 열성적으로 따라다니며 응원해주시는 팬이 있다. 그 분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큼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오늘 경기로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우승은 아니더라도 상위권 성적으로 대회를 마친다면 자신감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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