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절묘한 '고베팅' 궁합…'빅뱅 대타결' 끌어내나
나이·경력 외견상 차이 뚜렷…'파격·돌발' 기질적 공통분모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변수의 하나는 '트럼프-김정은 케미스트리'(궁합)다.
특히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식 업무에서도 궁합을 중시하는 편이다.
앞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경질하는 과정에서도 케미스트리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7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그레이트 케미스트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따라서 '싱가포르 담판'에서 어떤 궁합이 연출되느냐는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외견상으로는 차이점이 눈에 띈다.
1946년생으로 72세인 트럼프 대통령과 1984년생(34세)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세대와 경험 자체가 다르다.
삶의 경로도 현격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 출신에서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로 단번에 뛰어오른 '정계 이단아'라면, 김 위원장은 20대 나이에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로부터 '권력 승계자'로 낙점된 세습 지도자다.
188cm의 트럼프 대통령과 170cm 안팎으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의 체격 차이도 뚜렷하다.
그렇지만 '파격의 코드'에서는 북미 정상의 궁합이 절묘하게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승부사 스타일이 뚜렷하다.
뉴욕 부동산 거물로 자리매김한 성공스토리는 물론, 갑작스럽게 정치무대에 뛰어들어 대권을 거머쥔 과정은 승부사적 기질을 다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대통령직 수행도 '승부사적 베팅'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파격적 면모를 보인 바 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문 대통령에게 '깜짝 월경'을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 초까지 '핵 버튼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를 벼랑 끝 위기를 몰고 가다가, 불과 두 달 만에 급작스러운 정상회담 모드에 돌아선 것도 이런 기질적 교집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공통분모다.
최정상 외교무대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비슷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통상의 정상외교와는 달리 '고베팅 빅딜'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단번에 큰 틀의 문제를 해결하는 '빅뱅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는데다 김 위원장도 '통 큰 담판'을 선호하고 있어 두 정상간에 모종의 대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뭐든지 하겠다"면서도 "만남의 결실이 없다면 회담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뒤집어 말하면, 미국 내 일각에서 북미정상회담의 리스크를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력가의 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이나 절대 지도자의 아들인 김 위원장 모두 이른바 '금수저'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문 와튼스쿨을 나왔고, 김 위원장은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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