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지방선거서 노동당 '찜찜한 승리'…집권 보수당 예상밖 선방(종합)

입력 2018-05-05 05:54
英 지방선거서 노동당 '찜찜한 승리'…집권 보수당 예상밖 선방(종합)

지방선거 개표결과 자유민주당 약진…극우 영국독립당 단 3석 건지며 존폐 위기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의 '2018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제1야당인 노동당과 제3당인 자유민주당의 의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집권 보수당은 의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역구를 수성하면서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하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다.

이번 선거는 내년 3월 브렉시트(Brexit)를 불과 10개월 정도 앞두고 열려 이에 대한 민심을 반영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일 공영 BBC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현재 런던 타워 햄리츠 자치구(Tower Hamlets Borough)를 제외한 전국 149개 선거구에서 개표가 완료됐다.

이번 선거는 영국의 수도인 런던의 32개 자치구(London boroughs)를 포함해 34개 광역도시(Metropolitan District), 67개 준자치도시(District), 17개 통합시(Unitary) 등 잉글랜드 150개 지역에서 열렸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영국의 지방선거는 총 의석수 보다는 지난번 선거 대비 의석수나 집권 지역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또는 줄었는지를 선거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 판단한다.

영국은 지방의회서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집권해 행정까지 책임을 진다.

개표 결과 노동당이 '2014 지방선거' 대비 59석이 늘어난 2천310석을 확보했다.

집권 보수당은 31석 감소한 1천330석을 기록했다.

노동당은 예상대로 런던에서 의석수를 늘렸지만 당초 기대했던 수준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집권 보수당이 브렉시트 협상 관련 잡음을 드러낸데다 이른바 '윈드러시 세대' 강제추방 논란까지 겹치면서, 런던을 포함한 대도시가 대거 포함된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의 압승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노동당 역시 중도주의자와 좌파 지도자인 제러미 코빈 대표 지지자 간 분열이 있었던데다 최근 '반 유대주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기대했던 수준의 승리를 확보하는데는 실패했다.

런던정경대의 행정학 교수인 토니 트래버스는 로이터 통신에 "8년간 권력을 유지해 온 집권당 입장에서 이번 결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브렉시트 반대, 제2의 국민투표 등의 정책을 내건 제3당인 자유민주당이 가장 많은 75석 증가한 536석을 확보해 크게 약진했다. 이어 독립당이 16석 증가한 96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영국독립당(UKIP)은 무려 123석을 잃으면서 3명의 지방의원만 확보하는데 그쳤다.

노동당의 집권지역은 73곳으로 지난번 선거 대비 1곳 줄었고, 보수당은 46곳으로 2곳 감소했다.

반면 자유민주당은 4개 지역이 늘어난 9곳으로 집계됐다.

당초 노동당은 정치 중심지인 웨스트민스터 자치구와 마가릿 대처 전 총리 시절 이후 보수당이 집권해 온 원즈워스 자치구 승리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이 두 곳은 노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공을 들인 지역으로, 이곳을 확보할 경우 보수당 정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런던 북부의 바네트 자치구 역시 노동당이 쉽게 승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보수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런던 외 지역에서 보수당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찬성표 비율이 높았던 잉글랜드 중부 피터버러, 동남부 베이즐던 지역에서 영국독립당(UKIP)을 대체하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은 그러나 맨체스터에서 유일하게 집권 중이던 트래퍼드 지역을 노동당에 넘겨줬다.

영국독립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대부분의 의석 방어에 실패하면서 정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게 됐다.

현지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브렉시트 지지 지역에서의 기반을 바탕으로 '완패'를 피하면서 노동당의 '압승'을 저지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2명의 한인 구의원이 처음으로 배출됐다.

하재성(58) 재영한인총연합회 회장이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런던 킹스턴 자치구 베벌리(Beverley) 워드(ward)에, 언론인 출신 권보라(39)씨가 노동당 소속으로 런던 해머스미스 자치구 레이번스코트 파크 워드에 각각 출마해 당선됐다.

영국 지방의회 구성단위인 구(區)를 뜻하는 워드에서는 인구수에 따라 3명 또는 2명의 의원을 뽑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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