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몸살' 그리스 섬 주민들, 분노의 시위…"한계 도달"

입력 2018-05-04 19:20
수정 2018-05-04 21:57
'난민 몸살' 그리스 섬 주민들, 분노의 시위…"한계 도달"



치프라스 총리 "인력 추가 투입해 난민심사 절차 속도낼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 수 천 명의 발이 묶여 있는 레스보스 등 그리스 섬 주민들이 유럽연합(EU)과 정부의 난민정책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레스보스 섬과 키오스 등 그리스의 주요 난민 캠프가 위치한 에게 해 섬 주민 수 천 명은 3일(현지시간) 식당과 가게 문을 일제히 걸어 잠그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레스보스 섬 방문을 앞두고 레스보스의 최대 항만에 모여 "EU의 난민정책으로 에게 해 주요 섬들의 난민 수용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시위대 일부가 경찰 버스를 흔드는 등 시위가 다소 과격한 양상으로 흐르자, 경찰은 수류탄과 섬광탄을 쏘며 저지에 나서는 등 양측 간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약 8만6천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레스보스 섬에는 인구의 10%가 넘는 약 9천 명의 난민이 모리아 캠프 등에 수용돼 있다. 레스보스, 키오스, 코스 섬 등 에게 해 6개 섬에 수용된 난민들은 총 1만6천 명에 달한다.

2016년 3월 EU와 터키가 맺은 난민조약에 따라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최소 수 개월이 소요되는 난민 자격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섬을 떠날 수 없게 돼 에게 해 섬 지역의 난민 캠프는 밀려드는 난민들로 몸살을 앓아왔다.

난민 캠프들이 적정 수용 인원을 크게 초과한 탓에 난민들의 생활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고 있는 가운데, 관광업을 주요 생계 수단으로 하고 있는 섬 주민들도 가중되는 난민 부담을 호소하며 난민들의 본토 이송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지난 달에는 열악한 환경에 항의하며 레스보스 섬 중심 광장에서 연좌 시위를 벌이던 난민들을 현지 극우 단체 회원들이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는 등 난민들과 주민들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이날 시위에 동참한 레스보스 섬 주민 야니스 바세바니스는 AP통신에 "(난민 수용이)한계를 넘어섰다. 매일 난민을 가득 실은 버스가 들어온다"며 "정부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난민들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도 "매주 레스보스 섬에 500명의 난민들이 새로 도착하면서 캠프의 정원 초과와 의료 등의 서비스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레스보스 캠프들은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경고했다.



한편, 현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관련 회의 참석차 레스보스 섬을 찾은 치프라스 총리는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난민 심사 절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하며 주민들의 분노를 누그러 뜨리려 하면서도, 주민들이 난민들을 공격하는 행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3년 전에는 매일 4천∼5천명의 난민이 그리스에 도착했다"며 EU와 터키의 난민협약이 없었으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악화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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