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하며 '망중한' 아베…기다리는 건 '내우외환' 4가지 악재
대학 친구들과 골프 여유…사학스캔들·재팬패싱·납치문제·개헌 '난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황금연휴인 '골든 위크'를 맞아 대학친구들과 골프를 하며 향후 정국 구상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주 골든 위크가 끝난 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외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에서는 내각 지지율 급락의 주범인 사학스캔들에 대해 야권 공세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대외적으로는한반도 화해분위기 속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 논란을 딛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을 도모해야 하는 난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개헌 드라이브로 보수 지지층을 끌어모으려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개헌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말바꾼 가케스캔들 핵심 인사…총리 옥죄는 의혹
아베 총리는 이날 야마나시(山梨)현의 한 골프장에서 대학 친구들과 골프를 즐겼다. 아베 총리는 도쿄도(東京都) 소재 사학인 세이케이(成蹊)대 출신이다.
밝은 하늘색 상의를 입은 그는 기자들에게 "컨디션이 좋다"고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네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오는 6일까지 9일간 이어지는 골든 위크 기간 아베 총리는 중동을 방문했으며 지난 3일 귀국 후에는 야마나시현의 별장에서 휴식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친구들과 재충전 시간을 보냈지만, 그에게 '친구들'은 정국을 운영하는 중요한 악재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친구인 가케(加計)학원 이사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가케학원 스캔들,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모리토모학원 스캔들등 2개 사학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 휴일이라는 '호재'로 사학스캔들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야권은 연휴가 끝난 다음주 다시 공세를 재개할 계획이다.
특히 가케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그동안 학원 측과의 면담 사실을 부인하던 야나세 다다오(柳瀨唯夫) 전 총리비서관이 입장을 바꿔 이를 인정하기로 하면서 의혹은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뜨겁게 불타오를 전망이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그의 입에서 가케학원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말이 나오면 야권과 여론의 비난이 아베 총리 본인에게 직접 향할 것으로 보인다.
◇ 한중일 정상회담으로 '재팬 패싱' 탈출 안간힘
아베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다음주인 9일 도쿄(東京)에서 개최하며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정상의 일본 방문으로 그간의 재팬 패싱 논란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력 일변도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해오다가 남북간, 북미간 정상회담이 추진되자 혼자 '모기장 밖에 놓였다'(배제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직접 미국으로 달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던 아베 총리는 골든 위크 기간인 지난달 30일에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중동으로 보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서둘러 회담을 하게 했다.
방미와 방한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중동으로 간 고노 외무상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대북 압박을 호소하고 납치문제 해결에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들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던 것에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왕따' 당하는 것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지만, 일본 스스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못하는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재팬 패싱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북일대화 모색하지만 '납치문제' 진전은 '요원'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요르단 암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러 루트를 통해 북한과 접촉하며 직접 대화를 모색해온 연장선상에서 북일대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 이상 북일대화의 물꼬가 터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북한은 13명을 일본인 납북자로 인정하면서 이중 8명이 숨지고 5명이 일본에 송환돼 현재 생존하는 일본인 납북자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납북자의 일본 송환'이라는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이처럼 납치문제에서 진전을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은 재팬 패싱 비판과 함께 아베 총리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납북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는 말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납북자 가족들은 최근에는 미국을 직접 방문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의 가족을 만나는 등 일본 정부를 배제한 채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인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와 함께 평양을 방문해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건을 시인하고 사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이를 계기로 스타 정치인이 된 이력이 있다.
납치 문제로 스타 정치인이 됐고 이후 이를 토대로 두 차례나 총리직을 맡게 된 아베 총리가 이번에는 같은 문제로 곤경에 처한 것이다.
◇ 개헌 추진 힘주지만 미지근한 국민들…힘모으는 호헌 세력
아베 총리는 헌법기념일인 지난 3일 개헌 추진 단체의 집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드디어 우리들이 헌법개정에 힘쓸 때가 왔다"며 개헌 드라이브를 계속 강하게 걸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개헌론을 내우외환 탈출용 카드로 내세운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을 이슈화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달성하는 밑거름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과 야권을 비롯한 호헌 세력의 결집 양상을 보면 아베 총리의 이런 시도가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법에 대해 '현재 상태 그대로가 좋다'고 답한 비율이 48%로,'개정해야 한다'는 응답 41%보다 7%포인트나 더 높았다.
3일 도쿄(東京) 고토(江東)구에서 열린 개헌 반대 집회에는 일본 집회 문화를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6만명(주최측 발표)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입헌민주당, 민진당, 공산당, 사민당 등 야권 4당의 대표들은 '아베 총리에 의한 개헌'을 저지하자고 입을 모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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