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판 '두테르테' 등장할까?
범죄 만연 브라질 대선에 극우 인사 돌풍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수감돼 사실상 대선 가도에서 탈락한 가운데 극우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르 연방하원의원(사회자유당, PSL)이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6만 명이 살해당하는 범죄 광풍으로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범죄에 대한 초강경대책을 내세운 군장교 출신 보우소나르 의원의 구호가 유권자들에 먹혀들면서 지지도가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전했다.
보우소나르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17%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제라우드 아우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사회민주당)와 1~2% 차이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여성과 동성애자, 범죄에 대한 극단적 발언으로 정치 변방으로 밀려났던 보우소나르 의원으로선 개인 정치 역정에서 대반전이며 브라질 정계 자체도 지각 변동에 상응하는 변화이다.
30%대의 지지율로 유력 주자로 꼽히던 룰라 전 대통령이 탈락한 탓도 있지만 전례 없이 높은 범죄율과 경기침체가 국민의 마음을 바꿔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980년대 중반 군사독재 종식과 함께 집권한 중도 정파들이 30년간 범죄와 부패, 경기침체 등의 상황을 초래하면서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급증하고 있다.
보우소나르 의원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필리핀의 스트롱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합친 성향의 인물로 지적되고 있으며 거리를 횡행하는 노상강도들과의 전면전을 벌일 것을 다짐하고 있다.
마치 취임과 함께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해 일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연상케 하고 있다.
범죄에 시달려온 일반 국민은 물론 특히 젊은층이 보우소나르 의원의 구호에 열광하고 있다. 지역별로 자발적인 지지그룹이 결성되는 등 사회관계망(SNS) 등을 타고 지지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한 지역 지지그룹을 이끄는 지지자는 FT에 "근본적 요인은 범죄"라면서 "길거리 범죄자들이 그의 최대 선거운동원이 되고 있다"고 비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보우소나르 의원의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는 지난 1964년 이후 20년간 지속한 가혹한 군사독재에 대한 동경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것이 젊은층 사이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점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소재 싱크탱크 이가라페 연구소의 호베르투 무가는 FT에 "지난해 대략 브라질 국민 6만 명이 살해됐으며 브라질 국민 가운데 80% 이상이 살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국민이 겪고 있는 공포스런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인용해 브라질 국민 37%가 범죄를 소탕하기 위한 쿠데타를 지지할 것이며 35%는 부패 소탕을 위한 쿠데타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로 34세 이하 젊은층이 대부분인 보우소나르 의원 지지층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범죄 억제에 성공을 거뒀으나 좌파 정권이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우소나르 의원은 종교적으로 본래 가톨릭이었으나 복음주의 개신교로 바꿨으며 대부분 기독교도인 지지자들로부터 전통적 가족 가치의 수호자로 간주되고 있다.
보우소나르 의원은 과거 의회 동료를 험담하고 군사독재시절 당시 게릴라였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고문한 사람들을 친양해 비난을 받았다.
또 동성애자들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언론이 보우소나르 의원의 일면만을 과장해 다루고 있다면서 실제 접해보면 보도와는 다른 면이 있다고 옹호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유권자들 가운데 지지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우소나르 의원은 또 SNS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분위기 조성에 능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범죄율에 좌절한 브라질 국민의 지지 속에 제2의 두테르테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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