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모국 방문 영국거주자 구금 잇따라…영국정부 압박용?

입력 2018-05-04 16:24
이란, 모국 방문 영국거주자 구금 잇따라…영국정부 압박용?

70년대 돈 건넸으나 탱크 못 받아…미국과도 유사 방법 해결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이중국적자를 포함해 영국과 관계가 있는 이란인들이 최근 잇따라 이란 정보당국에 체포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에서 일하는 이란 여성 아라스 아미리(32)는 최근 고국의 가족 방문길에 체포된 것으로 뉴욕타임스(NYT)와 BBC 방송이 4일 보도했다.



미술학도로 영국에서 약 10년 동안 지낸 아미리는 지난 3월 14일 체포된 뒤 이란정보부가 운영하는 수도 테헤란의 교도소에 감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가족들은 당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체포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데, 미국에 사는 그의 사촌이 이런 사실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영국문화원 측은 이메일 성명에서 아미리가 영국 내에서 이란의 현대미술을 지원하고 전시하는 일을 지원해 왔다며 업무차 방문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란과 영국 이중국적자인 아바스 에다라트도 지난달 중순 체포된 것으로 이란 당국이 최근 확인했다.

에다라트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컴퓨터과학 및 수학 교수로 테헤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초청을 받아 방문 중이었다. 그는 반전운동가로도 알려졌다.

또 다른 이중국적자인 마한 아베딘은 현재 행적이 묘연하다.

작가 겸 애널리스트로 친이란 성향으로 알려진 아베딘은 애초 이란의 가족을 방문한 뒤 지난달 29일 영국으로 돌아오기로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운영되는 이란 매체인 '이란 와이어'는 아베딘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체포가 잇따른 데 대해 무기 구매를 둘러싸고 영국과 오랜 분쟁을 벌이는 이란 당국이 이들을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은 1976년 영국제 탱크를 사기로 하고 돈을 지불했으나 무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 측도 이란에 4억 달러(4천300억 원)의 빚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란은 무기 거래를 둘러싸고 미국과도 유사한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미국 국적자들을 억류하고 있던 이란은 2016년 1월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과의 핵 합의가 공식 발효한 날 미국으로부터 4억 달러를 받고 이들을 풀어줬다.

이란은 현재 약 30명의 이중국적자를 주로 스파이 혐의로 가둬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란계 미국인 최소 5명이 포함돼 있다. 또 최근 체포된 사람들을 제외하고 또 다른 이란계 영국인 2명이 모호한 내용의 스파이 혐의로 각각 2011년과 2016년 이래 수감돼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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