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 "인생 바꾼 '도가니', 딸 미자와 연습했죠"

입력 2018-05-06 06:30
수정 2018-05-06 11:16
장광 "인생 바꾼 '도가니', 딸 미자와 연습했죠"

영화·드라마·예능 종횡무진…"딸아, 배우자는 50m 내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늙어서 바쁜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영화, 드라마는 물론 딸과의 예능까지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60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된 배우 장광(66)과 그의 딸 개그맨 겸 MC 미자(본명 장윤희·34)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1969년 연극배우로 데뷔하고, 1978년 DBS에 성우로 입사해 다양하게 활동한 장광이 대중에 각인된 계기는 2011년 영화 '도가니'였다.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악역으로 관객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그는 이후 쉬지 않고 굵직한 영화와 드라마에 참여했다. 최근만 해도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드라마 '화유기', '크로스', '작은 신의 아이들'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장광은 "워낙 체력이 좋기는 한데, 최근 참여한 작품들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던 경우가 많아 재촬영을 하느라 버겁긴 했다"며 "tvN '어바웃 타임'에 몇 회 출연하는 것이 끝나면 조금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자는 "워낙 잘 드시는 게 체력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주로 악역을 동시다발적으로 소화하면서도 각 캐릭터가 다르게 보이도록 연기하는 장광은 비결을 묻는 말에 "그저 작품 분석에 충실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변화하는 것들이 나온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얼굴만 보면 선한 장광인데, '도가니' 속 인면수심 교장 형제 역은 그의 연기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리고 그 연기를 소화한 데는 딸 미자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악인 연기란 게, 노력보단 제 속에 있는 게 나오는 건 아닐까요? (웃음) 성우 때부터 악역을 많이 하긴 했죠. 악역을 해야 뜬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악역을 하나 끝내면 희열도 느껴지고, 산을 넘은 느낌이에요. 인생의 전환점이 된 '도가니'는 심지어 쌍둥이 연기여서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집에서 딸과 캠코더로 녹화하며 연습했죠."(장광)

"아버지가 악역을 연기한 초반 2년은 매번 그렇게 캠코더로 찍어드렸기에 익숙해요. 그래도 '도가니' 연기는 정말 충격이었죠. 아빠가 싫기까지 했어요. 그러면서도 밖에 나가서 맞으실까 봐 걱정됐죠. 이후로는 재밌게 하세요. '오늘은 목 졸랐어', '차로 받고 왔어', '골프채로 두들겼어' 같은 후기를 남기시죠. (웃음)"



장광은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아직 도전하고 싶은 연기가 있느냐는 물음에 "배우들의 로망은 멜로 아니겠냐"며 "장년 멜로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는데, '어바웃 타임'에서 김혜숙 씨와 약간의 로맨스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정말 이상한 작품이 아니라면 다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미자는 "아버지가 한번은 중년 멜로처럼 포장된 에로 영화를 제안받은 적이 있는데 계약하기 직전에 베드신이 있는 것을 알았다. 에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쉴 새 없이 바쁜 틈에서도 장광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미자의 결혼이다.

E채널 예능 '내 딸의 남자들' 시즌2에서 배우자 찾기에 도전한 미자는 결국 연애가 먼저임을 깨닫고 시즌3에서는 진정한 사랑 찾기에 나섰다.

장광은 "결혼도 서로 감정 교류가 있어야 정이 생기고, 애정도 싹트고 하는 것"이라며 "전 그렇게 조급함이 없다. 제가 아내(배우 전성애)와 만났듯 미자에게도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또 "전 조건보다 자연스러운 정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배우자는 50m 안에서 만난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자는 "전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 만나고 싶다"며 "사실 '내 딸의 남자들' 새 시즌에 나오는 것을 망설였는데, 그래도 혹시 운명이 있을까 해서 한 번 더 도전했다"고 말했다.



미자는 연극, 성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오긴 아버지처럼 개그맨과 MC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활동하는 게 꿈이다.

장광은 "딸은 보통 고집이 아니지만 뭐든지 똑 부러지게 잘해내니 믿게 된다.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성격에 평소 딸과의 관계는 '적과의 동침'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웃었다.

미자는 "아빠는 티격태격하는 친구"라며 "제가 뭔가를 고집부리면 반대하시다가도 결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니 늘 든든하다. 제가 늘 '장광의 딸'로 불렸으니 이제부터는 아빠가 '미자 아버지'로 불릴 차례"라고 말했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