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통일염원 서각' 피난민촌에 달아준 진성영 작가

입력 2018-05-04 14:09
[사람들] '통일염원 서각' 피난민촌에 달아준 진성영 작가

진도 조도면 출신의 캘리그래피 작가…나눔문화 발 벗고 나서



(진도=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다도해로 구성된 전남 진도군 조도면에 살며 캘리그래피 작가로 활동 중인 진성영(47)씨가 재능기부로 나눔문화 확산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진씨는 4일 황해도 피난민들이 사는 진도 군내면 안농마을을 찾아 통일 염원을 담은 서각 현판을 마을회관에 기증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안농마을을 찾은 진씨는 마을회관에 현판이 없는 것을 보고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서각 현판을 달아주겠다는 주민과의 약속을 이날 실천했다.

군내면 안농마을은 한국 전쟁 당시인 1953년 7월 황해도 송화군 풍해면 초도에서 내려온 피난민이 집단으로 사는 마을로 현재 1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진씨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났으니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과를 합의해 통일 조국에서 마을 주민들이 황해도 고향 산천을 하루속히 왕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여 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8월 고향인 조도면 하조도로 낙향한 진씨는 고향마을 섬 주민 가정에 사랑의 서각 문패 달아주기 재능기부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서각 현판 달아주기 프로젝트는 광주 어울공방 최선동 작가와 함께 한 달에 한 가정을 선정해 달아주고 있다.

현재까지 10개 가정에 서각 문패를 기증했다.

6월부터는 진도군 7개 읍면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진씨는 "고향에서 마을 주민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내가 먼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캘리그래피가 시골집 문패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면서 "지역 농수산물 판로 확대 등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글씨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므로 사람의 마음을 담아낸다"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스토리가 담긴 것, 그것이 캘리그래피의 가치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진씨는 캘리그래피로 광복 70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송됐던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을 비롯해 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 KBS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 등 유명 프로그램, 음반 제목, 각종 포스터, 전남도청 소식지, 신문과 사보, 잡지 제호 등의 타이틀 서체를 제작했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손으로 쓰는 모든 글씨, 글씨가 그림이 되는 서체로 한글의미는 '손 글씨'다.

넓은 의미로 서예라는 뜻을 지닌 캘리그라피는 그리스어(Kalligraphia)에서 유래 됐다. 캘리(Calli)는 미(美)를 뜻하며 그래피(Graphy)는 화풍과 서법 등의 의미를 지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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