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질시대 '인류세'를 맞이한 지구는
과학 저널리스트 가이아 빈스 책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네덜란드 화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은 2002년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으며 이를 '인류세'(Anthropocene)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여 년간 학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에서도 이 용어가 퍼졌고, 영국 지질학회도 이 시대를 공식 등재하는 과정을 막 시작했다.
'인류세'라는 새 지질시대를 열어젖힌 이는 인간이다. 최근 몇십 년간 인간은 지구가 45억 년 역사에서 경험한 것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세상을 바꿔놓았다. 인간 자체가 지구를 산산조각낸 소행성 충돌, 지구를 연기 장막으로 뒤덮은 화산폭발에 못지않은 물리적인 힘이 됐다. 나비 이동 경로와 판다 생존뿐 아니라 날씨와 지진, 해류 같은 거대한 자연 현상도 인간에 의해 요동친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가이아 빈스가 쓴 '인류세의 모험'(곰출판 펴냄)은 새 지질시대를 맞이한 지구와 인류 미래를 고민하는 책이다.
세계 곳곳을 여행한 저자는 대기, 산, 강, 농경지, 바다, 사막, 사바나, 숲, 암석, 도시라는 10가지 열쇳말을 주제로 지금 이 시각에도 급변하는 지구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삶을 담아낸다.
아메리카 대륙 끝 파타고니아, 메콩강, 사하라사막, 갈라파고스제도, 아마존 열대우림, 파나마운하,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분지, 콜롬비아 북부 판자촌, 리우데자네이루 빈민 주거지, 중국 톈진 에코시티 등 책이 망라하는 무대는 광활하다.
책 주인공은 인간이 지구에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은 인공 빙하를 만들어 농작물에 물을 대고, 인공 산호초를 건설해 자신들이 사는 섬을 지탱하고, 인공수를 심어 공기를 정화한다.
인류세에 자연계에 남은 부분을 어떻게든 보존하려는 이도 적지 않다. 저자는 훗날 100억 인구가 충분한 음식과 물, 에너지를 누리면서도 덜 환경파괴적으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이들에게서 본다.
저자는 "자신의 (자연에 미친) 영향을 스스로 인지하는 우리는 이 행성 미래를 선택할 위치에 있는 최초 종"이라면서 "우리가 다른 모든 생명과 공유하는 미래를 선택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으로 영국왕립협회 윈턴상 30년 역사에서 첫 여성 수상자가 됐다.
김명주 옮김. 536쪽.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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