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제자 구하려다 숨진 교사 모교에 추모비 건립

입력 2018-05-04 09:48
수정 2018-05-04 09:51
물에 빠진 제자 구하려다 숨진 교사 모교에 추모비 건립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54년 전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숨진 한 새내기 초등교사를 기리는 추모비가 고인의 모교에 건립됐다.

이춘길 추모비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3일 부산교대 정문 앞 소공원에 이 교사의 추모비를 제막했다고 4일 밝혔다.



추모비 제막식에는 건립을 추진한 부산교대 2기 동기생과 유족, 부산교대 오세복 총장 등 학교 관계자, 이 교사가 근무했던 부산 구포초등학교 교사와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1964년 부산교대 2기 졸업생인 이 교사는 같은 해 3월에 구포초(당시 구포국민학교)로 발령받았다. 3학년 4반 담임이었다.

사고가 난 건 그해 7월 10일 오후 3시께였다.

당시 운동장에서 육상부 학생들을 지도하던 이 교사는 학교에서 600m가량 떨어진 저수지에 3학년 4반 학생이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가 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교사는 제자와 함께 숨을 거뒀다. 경남 김해시 출신인 이 교사는 2대 독자였다.

사고 이후 구포초에는 이 교사의 순직비가 건립됐고, 매년 7월 10일이면 학부모와 제자들이 주축이 돼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부산교대 2기 동기생 100여 명은 십시일반으로 추모비 건립비용 5천만원을 모았다.

추모비를 건립하고 남은 돈은 부산교대 발전기금 1천만원, 동창회 장학기금 500만원, 동창회 발전기금 200만원 등으로 기탁했다.

류재일(74) 이춘길 추모비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목숨을 던진 교사의 제자 사랑 정신을 예비교사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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