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문화재' 딜쿠샤 개방 연기…소유권 소송 장기화

입력 2018-05-04 09:16
수정 2018-05-04 11:25
'3·1운동 문화재' 딜쿠샤 개방 연기…소유권 소송 장기화

서울시, 개방 시기 내년 광복절로 미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내년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딜쿠샤' 개방이 잔류 거주민과의 소송 탓에 늦춰지게 됐다.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딜쿠샤'는 3·1 운동과 제암리 사건 등을 세계에 알린 미국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1875∼1948)가 살던 곳이다. 지난해 등록문화제 제687호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딜쿠샤를 복원한 뒤 내년 3·1절에 맞춰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개방 시기를 내년 광복절로 미뤘다고 4일 밝혔다.

딜쿠샤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 가구와 소유권 다툼이 예상보다 길어져서다.

'희망의 궁전'이란 뜻의 딜쿠샤는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지어 1942년 일제 협박으로 추방될 때까지 20년간 살았던 2층 주택이다.

영국과 미국 주택 양식이 섞인 형태로 지어 일제 강점기 근대건축 발달 양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 자료로 꼽히지만, 오랜 기간 폐가나 흉가 같은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

딜쿠샤에는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1960년대 국유화됐으나 2016년까지도 12가구 23명이 불법으로 거주했다.

무단점유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며 건물은 크게 훼손된 상태다. 2015년 안전진단에선 최하 등급인 D를 받았다.

서울시는 무단점유 주민을 모두 이주시킨 뒤 본격적으로 복원 공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한 남성이 부동산 계약을 통해 딜쿠샤에 입주했기에 무단점유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명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정영준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다음 달이면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가 나와야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복원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딜쿠샤를 우리나라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국인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기념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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