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암기 위주 변호사시험 손질하고 합격률 높여야"
'로스쿨 10년 성과·개선 방향' 간담회…"암기 치중해 다양성 낮아져"
"나이·스펙 위주로 뽑아 문제"…"암기는 AI가 대체…비판능력 길러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변호사시험(변시)이 암기 위주의 학습을 강요해 학생들의 '법적 사고'(Legal mind) 형성을 방해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법학 교수들의 진단이 나왔다.
오랜 기간 법조인 양성 통로였던 사법시험을 대체해 도입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시 제도의 공과를 돌아보고 운영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4일 서울대 로스쿨 주최로 열린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 방향' 간담회에서 윤지현 교수는 "변시에서 요구되는 암기량과 정보량이 과도하다"며 "변시 합격률을 올리고, 단순암기 지식 양을 줄여 학생들이 진정한 법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부여해야 로스쿨 도입 목표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 17명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로스쿨 교수·재학생·졸업생, 법무부·대법원 관계자, 변호사 등의 의견을 듣고 진행한 '로스쿨 개선 방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윤 교수는 "학생들이 진정한 법학 실력이 아닌 수험기술에 집중하고, 판례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론적 틀을 갖추는 데 소홀하게 됐다"며 "판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공부가 변시 준비를 방해한다고 여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의 변호사가 가져야 할 능력은 판례 지식의 암기나 법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이런 능력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쟁점을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과 의뢰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험 필수 과목을 헌법, 민법, 형법으로 한정하거나 1만개가 넘는 출제 판례의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합격자도 입학정원 대비가 아닌 응시생 대비 75%로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협 교수는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로스쿨이 시험 합격 가능성이 큰 학생들을 선호하게 됐다"며 "나이가 어리고 정량스펙이 좋은 학생들 위주로 선발하면서 다양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성평가를 확대하고, 입학사정관 등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며 "학점과 법학적성시험(리트) 등 정량지표는 최소자격요건으로만 활용하는 별도의 전형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영 교수는 "로스쿨 수업이 변시 준비에 치중하다 보니 기초법학 분야와 다양한 전공 교육이 미흡하다"며 "특히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을 위한 교육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학년 1학기 필수 과목 평가를 통과(pass)와 낙제(fail) 방식으로 해 학생들이 학점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학문으로서의 법학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용 교수 역시 "학생들이 법학에 학문적 관심이 있더라도 3년의 교육 후 실무가로 진출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학문 후속세대로 성장할 인재들이 일정 기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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