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수감'으로 운영난 겪는 룰라 연구소…모금으로 버티기

입력 2018-05-04 04:11
수정 2018-05-04 04:14
'룰라 수감'으로 운영난 겪는 룰라 연구소…모금으로 버티기

법원의 자산동결 조치로 계좌 묶여…노동자당이 일부 비용 부담할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좌파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수감된 이후 그의 이름을 딴 '룰라 연구소'가 운영난을 겪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 수감 이후 재정적 어려움에 빠진 룰라 연구소는 비용절감과 적극적인 모금 활동으로 간신히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의 월 운영비는 12만 헤알(약 3천600만 원)이다. 인건비가 68%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전기·전화·상하수도 요금이다. 연구소의 은행계좌에는 20만 헤알 정도가 남아 있으나 이마저도 법원의 동결 조치에 묶여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구소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올해 상반기 운영비 72만 헤알을 목표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모금액은 20만 헤알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부족한 운영비 가운데 일부는 좌파 노동자당(PT)이 부담할 예정이다.



룰라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듬해인 지난 2011년 상파울루 시 남부 이피랑가 지역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한때 브라질을 움직이는 싱크탱크의 하나로 꼽혔다.

2012년 지방선거에서는 노동자당을 중심으로 하는 연립여권의 승리를 이끌었다. 노동자당 지도부는 연구소에서 선거 전략을 협의했고, 시장 후보들은 연구소에서 홍보 방송을 제작했다. 후보들은 룰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 포스터에 사용했다.

연구소는 룰라 재임 시절 추진된 사회정책을 고리로 브라질과 중남미·아프리카 국가 간의 협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와 기아 퇴치를 목표로 한 '포미 제로(Fome Zero)' 등 프로그램을 빈곤국에 전파하는 것도 주요 목표였다.

그러나 2016년에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불리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나고 같은 해 10월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당이 참패한 데 이어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수감되면서 연구소의 위상도 추락했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룰라에 앞서 대통령을 역임한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1995∼2002년 집권)가 운영하는 'iFHC 재단'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4년에 설립된 'iFHC 재단'에는 카르도주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을 소개하는 각종 문서가 보관돼 있으며 세미나, 전시회, 토론회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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