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문 파리고등사범도 학생 점거시위로 폐쇄
학생들,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에 반대해 연좌농성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최고 명문 그랑제콜 중 하나인 파리고등사범학교(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가 학생들의 캠퍼스 점거 시위로 폐쇄됐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에 맞서 벌이는 동맹휴업과 학교점거 농성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파리고등사범학교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학교를 둘러싼 상황과 관련해 전날 저녁 토론회가 열린 뒤 학교가 학생들에 의해 점거됐다"면서 "학교를 오늘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모든 수업이 취소됐으며 현재 학생들이 파리 중심가 라탱 지구에 있는 학교 건물을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파리고등사범학교는 프랑스대혁명 때 설립된 프랑스 최고 명문 그랑제콜(프랑스의 소수정예 특수대학) 중 하나다.
장폴 사르트르와 미셸 푸코 등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다수 배출해 프랑스 지성의 요람으로 꼽힌다.
고등사범 학생들이 학교를 점거한 채 시위에 나선 것은 프랑스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에 반대해서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고교 교육을 마치면 누구나 국립대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원자가 정원을 넘겨 몰리는 국립대가 무작위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방식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국립대가 자체적으로 고교 성적과 활동기록 등을 참고해 지원자의 입학, 조건부 입학, 불합격을 가리도록 허용한 것이다.
대입개편을 통해 대학생이 졸업 전 중도에 낙마하는 비율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낮춘다는 방침이지만, 좌파 진영은 정부가 프랑스의 전통인 평등주의적 교육원칙을 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이처럼 정부의 교육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동맹휴업과 학교점거 시위가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고등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73개 일반 국립대 중 낭테르대 등 3개교가 학생들의 점거농성으로 전면폐쇄됐다. 한때 폐쇄 대학이 15개교에 달했지만,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대학이 학생들의 집단휴업과 집회로 수업과 시험이 대거 취소되는 등 교육에 파행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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