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단일팀 '메신저' 유승민 "역사적 현장에 있어 영광"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 성사에 '가교' 구실
"남북이 하나 되는 모습으로 경기 펼치도록 계속 돕겠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유승민(36) IOC 선수위원이 한국 탁구의 '얼굴'로 맹활약하고 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총회에서 부산시가 2020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유 선수위원은 부산 세계선수권 공동유치위원장을 맡아 직접 총회에서 부산시의 개최 당위성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세계선수권 유치가 확정되자 유 위원의 역할은 남북 탁구 교류의 메신지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탁구가 남북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도움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아울러 오는 6월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평양오픈에 한국 선수들이 사상 처음 참가할 수 있도록 ITTF와 북한 대표단을 설득하는 임무도 맡겨졌다. 이를 위해 유 위원은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과의 3자 회동도 추진했다.
유 위원의 또 다른 성과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2일 현지에서 개최된 'ITTF 재단 창립 기념식'에 참석했던 그가 바아케르트 ITTF 회장을 설득해 남북 여자 선수 4명이 '미니 단일팀'을 이뤄 복식 경기를 진행하는 깜짝 이벤트를 성사시킨 것이다.
이 깜짝 복식 이벤트는 27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서효원(렛츠런), 양하은(대한항공), 북한의 최현화, 김남해가 호흡을 맞춰 경기하는 모습에 고무된 바이케르트 회장에게 8강 단체전 대결이 예정된 남북 여자 선수들이 단일팀으로 참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탁구가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에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27년 만에 단일팀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남북 여자 대표팀은 8강 남북 대결을 생략하고 곧바로 4강에 올라 단일팀으로 일본-우크라이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그는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평창선수촌장으로 한국을 알렸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탁구 전도사 겸 남북 교류 중계자로 임무를 100% 해내고 있다.
그는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 성사와 관련해 연합뉴스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현장에 있을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어서 의미가 있다. 선수들이 내일 경기에 집중해 남북이 하나 되는 모습으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ITTF 홈피와의 인터뷰에서도 "남북 양국에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탁구계의 역사이기도 하기에 매우 기쁘다. ITTF의 강한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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