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란 몰아치기'…공습·전쟁입법·국제여론전 '3연타'

입력 2018-05-03 16:51
네타냐후 '이란 몰아치기'…공습·전쟁입법·국제여론전 '3연타'

"트럼프 핵합의 탈퇴시 몇년 후 이스라엘-이란 군사충돌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한주 사이 이란을 겨냥한 대담한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가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한주 사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 주둔 시설을 공습한 데 이어 밖으로는 이란 핵 합의 파기를 촉구하는 국제여론전을 벌이고, 안으로는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개시할 수 있는 입법을 마무리했다.

NYT는 이를 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양국의 직접 충돌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시라에서는 이스라엘의 것으로 추정되는 F-15 전투기가 서부 하마 외곽에 있는 이란 병력 주둔 시설을 공습해 최소 16명이 사망했다.

그 다음 날인 30일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에서 TV로 생중계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란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란 핵 합의 파기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5월 12일 이란에 대한 제재유예를 연장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하도록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날 저녁 이스라엘 의회는 총리가 국방부 장관과 상의를 거쳐 전쟁을 선포하거나 대규모 군사작전을 지시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찬성 62표, 반대 41표로 통과시켰다.





그동안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을 선포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극단적 상황"에서는 국방부 장관의 찬성만 있으면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이란과의 전면전에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변화는 '부패 스캔들' 등으로 정치적 환경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대형 통신업체 베제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별도의 다른 사건에서는 뇌물수수와 사기, 공공신탁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유명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네아는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스캔들'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범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기 전에 선거를 치르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그동안 이스라엘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 자처한 점도 강조했다.

NYT는 또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한 주간 취한 세 가지 움직임은 그가 그동안 추진하려 했다가 실패했던 목표를 진전시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0년 이란 핵시설 공격을 준비했지만, 내각의 반대로 번번이 그만둬야 했다. 2015년 이란 핵 합의에 대해서는 이란이 핵무기로 이스라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시리아와 관련에서는 이란이 시리아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재래식 공격 위협의 기반을 쌓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국가안보연구소의 아모스 야들린 소장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다면 이란의 대응에 따라서 앞으로 몇 년 후에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