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한진家 비밀공간은 총 3곳…밀수품 못 찾아"
사전정리 가능성도…대한항공 "지하공간은 창고"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세관 당국이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 내부에서 3곳의 '비밀공간'을 확인했지만 밀수 혐의 물품은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003490] 측은 이곳이 '창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일가가 세관 당국의 1차 압수수색 이후 문제 소지가 있는 물품을 정리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전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 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이 사는 평창동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총 3곳의 비밀공간을 발견했다.
제보로 제기된 비밀공간은 자택 지하와 2층 등 2곳이었지만 실제 확인된 공간은 이보다 한 곳 더 많았다.
이곳은 모두 지난달 21일 압수수색 때 세관의 수사망을 피해간 곳이다.
3곳 중 한 곳은 한진[002320] 측 관계자가 스스로 열어줬고 나머지 2곳은 조사관들이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찾아냈다.
하지만 이 비밀공간에서 밀수·탈세와 관련된 물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비밀공간 중 일부는 쉽게 보이지 않아 찾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다만 비밀공간에 물건들은 있었지만 밀수·탈세와 관련된 물품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한공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택 2층 드레스 룸 안쪽과 지하 공간은 누구나 발견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지하 공간은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진 측이 비밀공간 3곳 중 2곳에 대해 2차 압수수색 때도 함구하고 있었다는 점, 이 공간들이 대한항공의 주장과 달리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세관의 1차 압수수색 이후 한진 측이 밀수품으로 의심을 살만한 물품은 이미 외부로 옮기는 등 이미 '정리'를 마쳤을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조사관들은 전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해외에서 밀수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구, 식기 등 집안 소품의 사진을 일일이 촬영해 증거를 남겼다.
한진그룹 일가가 옷·가방 등 명품뿐만 아니라 가구 자재 등 소품까지 해외에서 관세를 내지 않고 들여왔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세관은 이르면 이날부터 대한항공 직원 등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이후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와 조현아·현민 등 세 모녀를 소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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