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히 북한 달려간 中왕이 '차이나 패싱' 불식에 총력(종합)
왕이, 리용호 외무상 만나 "한반도 문제 해결 적극 나설 것"
中언론·학자들 "한반도 문제서 중국 배제돼선 안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일 다급히 방북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정전체제가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된 채 남북한과 미국 3자가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과 전통적인 당 대 당 연락선인 중국 대외연락부의 쑹타오(宋濤) 부장이 아닌 외교 총책으로선 10여 년 만에 왕이 국무위원이 급파된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주변화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2일 왕이 국무위원이 평양을 방문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난 직후 신속하게 외교부 홈페이지에 회동 사실과 서로 손을 맞잡은 모습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북중간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면서 한반도 정세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 국무위원은 리용호 외무상과 한 회동에서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성과를 강조하면서 북중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지난달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북중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북중의 전통적인 우의관계는 양국의 귀중한 자산으로 끊임없이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북한에서 중국인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신경을 써준 데 대해서도 감사를 표하며 북중관계의 긴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왕이 국무위원은 리용호 외무상에게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진전을 이루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북한과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일 "중국은 줄곧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마땅한 역할을 계속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왕이 국무위원이 방북기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는지에 대해 연합뉴스 기자가 묻자 "왕이 국무위원이 이틀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 중으로 어제 리용호 외무상과 회담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유관 소식이 있으면 제때 발표하겠다"면서 정확한 답변을 꺼렸다.
중국 관영 언론과 관변 학자들도 왕이 국무위원의 방북에 맞춰 일제히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은 안된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주변의 큰 산이라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있어 북미 관계뿐만 아니라 북중 관계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즈강(달<竹 밑에 旦>志剛)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엇을 제안할지 중국의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으로 중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중국은 북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과 원칙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절대로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역할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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