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텔레그램…뭐길래 러시아·이란 펄쩍 뛰나

입력 2018-05-03 16:47
공포의 텔레그램…뭐길래 러시아·이란 펄쩍 뛰나

뛰어난 보안성으로 인기…IS 등 테러에 이용된다는 지적도

러시아·이란 '국가보안' 이유로 텔레그램 차단하려 부심

일부선 '통신의 자유 훼손·언론 탄압행위'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정보 당국이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메시지를 암호화한 메신저 텔레그램에 대해 이란과 러시아가 차단을 시도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그 보안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메신저 앱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테러 계획을 세우고 선전물을 전파하며 테러 공격의 배후로 자처하는 등 이를 활발히 이용하자 이란과 러시아가 '국가보안'을 이유로 이 앱을 차단하려고 부심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에 망명 중인 전(前) 미국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등장했다.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스노든은 2013년 NSA의 전방위 도청 및 사찰 의혹을 폭로해 국제사회에서 '내부 고발자'의 대명사가 된 정보 전문가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 왓츠앱을 인수했을 때 또 다른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 등장했고 수백만 명의 이용자들이 가입했다.

러시아인 파벨 두로프가 만들었으나 러시아와 그 어떤 제휴도 거절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등 기관이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텔레그램 앱 이용자였다.

텔레그램의 보안성이 앱 사용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텔레그램이 테러를 모의하는 발판이 됐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정밀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텔레그램이 IS가 사용하는 공공 채널을 차단해야 한다는 비판이 확산했고 텔레그램은 IS 공공채널을 봉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사적인 메시지는 사적인 영역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하고 있다.

해외 망명 중인 올해 33세의 두로프는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통한다. 그는 2006년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콘탁테'(VKontakte)를 만들었다.

두로프는 페이스북 느낌이 나는 브콘탁테를 매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부와 마찰을 빚은 그는 2014년 3억 달러(3천226억원 상당)를 챙겨 해외로 떠났다. 이후 두로프는 개인정보보호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텔레그램 앱을 적극 보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최측근 엔지니어 몇몇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그는 최근에는 두바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텔레그램은 왓츠앱이나 시그널처럼 '엔드투엔드'(end-to-end)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서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메시지를 코드화한다. 메시지 송수신자 동의 없이 양측의 대화에 접근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안전문가 앨런 우드워드는 "텔레그램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이런 보안성 탓에 서방 정부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서방 정부는 하지만 이 앱을 차단하려는 시도는 꺼리는 듯했다.

이런 가운데 IS 등 테러집단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하면서 감시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재차 일고 있다.

텔레그램 대량 사용자들의 활동무대는 이란과 러시아로, 두 나라는 앱 차단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일어난 텔레그램 차단 반대 시위에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통하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등과 같은 인물이 참여했다. 러시아는 법원 판결에 따라 텔레그램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의 텔레그램 차단 조치에 대해 일각에선 통신의 자유를 훼손하고 언론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기 위한 탄압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로프는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나 자신을 정치인이나 철학자가 아니라 그냥 기술 분야 사업가로 여긴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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