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프로골프 뛰는 최진호 "고생 많지만 꿈이 있으니…"
(성남=연합뉴스) 권훈 기자= 최진호(34)는 지난해까지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 투어에서 '넘버원'이었다. 2016년에는 4관왕에 올랐고 작년에는 상금랭킹은 2위였지만 대상을 2년 연속 받았다.
2년 동안 번 상금만 9억 원이 넘는다.
그는 그러나 올해는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신인 신분으로 뛴다. 지난해 코리안 투어 대상에 걸린 유럽프로골프투어 1년 출전권을 주저 없이 받았다.
3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를 마친 최진호는 "고생이야 말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코리안투어 투어 챔피언십을 마친 뒤 곧바로 짐을 꾸렸던 최진호는 5개월만에 코리언 투어 출전이다.
최진호는 "막상 부딪혀보니 시차 적응이 힘들더라. 유럽 투어는 워낙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대회를 치러야 해서 그렇다"면서 "한국 음식을 마음껏 먹기가 어려운 점도 힘들다"고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경제적으로도 수월하지 않다. 상금이 코리안투어보다 많지만 경비가 워낙 많이 들어서다. 11개 대회에서 17만 유로를 번 그는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조금 꺼내쓰고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최진호는 "후회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더 큰 무대에서 뛰어 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지 않느냐"는 최진호는 "한국에 머문다면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작년에 기회가 왔을 때 단 한순간도 망설임이 없었던 이유가 더 크고 넓은 무대를 향한 꿈이었다"고 밝혔다.
올해 최진호의 목표는 소박하다. 일단 시즌 상금랭킹 80위 이내에 들어 내년 출전권을 확보하는 게 첫번째 목표다.
11개 대회에서 8차례 컷을 통과했고 톱10 입상이 세번인 최진호는 "지금은 순조롭다"면서 "속으로 생각한 기대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이만하면 잘 하고 있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최진호의 최종 목표는 물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이다.
유럽 투어는 더 수준 높은 무대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기량을 갈고 닦는 배움터다.실제로 그는 그동안 유럽 투어 대회에서 다양한 잔디에서 쇼트게임 능력을 향상시키는 소득을 얻었다.
아들 셋을 둔 다둥이 아빠 최진호의 진짜 어려움은 "아이들 얼굴을 자주 못보는 것"이다.
최진호는 "두달에 한번 정도 집에 온다. 한국에서 활동할 땐 겨울 전지 훈련말고는 이렇게 오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일이 없었다"면서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최진호는 "나이가 어린 후배라면 기회가 되면 무조건 오라고 권하겠다"면서도 "나이가 많은데 외국 생활 경험이 거의 없다면 좀 생각해본 뒤에 결정하라고 조언하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맞바꿔 이븐파 71타를 친 최진호는 "버디는 기대만큼 나왔는데 보기가 생각보다 많았다"면서 "2라운드를 잘 치러 3, 4라운드에서는 우승 경쟁에 합류하고 싶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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