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주 번역 여성 조종사 베릴 마크햄 에세이

입력 2018-05-03 14:03
한유주 번역 여성 조종사 베릴 마크햄 에세이

'이 밤과 서쪽으로' 재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1930년대 아프리카를 누빈 여성 조종사 베릴 마크햄의 에세이가 소설가 한유주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1942년 출간 이래 세계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책 '이 밤과 서쪽으로'(West with the night)(예문아카이브).

국내 초역은 아니지만,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절판된 책을 유명 작가의 번역으로 다시 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마크햄이 아프리카에서 보낸 30여 년 이야기를 쓴 그의 유일한 에세이다. 아프리카를 가장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으로 헤밍웨이가 극찬했다. 그의 삶 자체가 이 시대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멋진 그림으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그는 1902년 영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아버지와 단 둘이 아프리카 케냐로 이주했다. 제대로 된 지붕도 창문도 없는 곳에서 원주민들과 어울리고, 맨발로 사냥을 다니며 야생동물들과 친구가 된다.

열일곱 살 되던 해 혹독한 가뭄으로 아버지 소유 농장이 문을 닫게 되자 그는 말 한 마리와 함께 홀로 길을 떠난다. 아버지에게 배운 경주마 조련 일을 시작해 여성 최초로 경주마 조련사 자격증을 따고 약체였던 말을 우승으로 이끈다. 이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에 매혹된 그는 아프리카 최초 여성 조종사가 된다. 그는 한때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텍쥐페리의 연인이기도 했다고 한다.

여성에게 허락되는 것이 별로 없었던 그 시절에 그의 삶은 '여성 최초'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지난한 '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 과감히 도전하고 마음껏 즐긴 결과라는 점이 더 매혹적이다.

이 책을 번역한 한유주는 '옮긴이의 말'에 "꼭 최초이지 않아도 좋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라. 그것 또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게 '이 밤과 서쪽으로'는 일단 이렇게 읽혔다"고 썼다.

45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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