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군, 조종사에 "중국군 레이저 공격" 주의보

입력 2018-05-03 12:45
수정 2018-05-03 14:02
아프리카 미군, 조종사에 "중국군 레이저 공격" 주의보

"中 지부티 기지서 레이저 무기 공격 의심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군이 동아프리카 지부티의 첫 해외 군사기지에서 레이저 공격을 하는 것으로 의심돼 미군이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군은 최근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지부티의 중국군 기지에서 불과 750m 떨어진 곳에서 고출력 레이저 발사 등이 수차례 있었다"며 "이 지역을 지날 때는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공지했다. 이 공지는 미국 연방항공협회 웹사이트에도 게재됐다.

이는 영국의 군사 전문매체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DW)의 보도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JDW는 지난달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지부티의 중국 주둔군이 기지 내 또는 선상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해 항공기 조종사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은 지난해 8월부터 동아프리카의 전략 요충지인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군의 레이저 무기 사용 보도는 억측이라고 반박하며, 중국이 영구적으로 눈을 멀게 하는 레이저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에 가입했음을 상기시켰다.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레이저는 아마 새들을 쫓거나 스파이 드론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됐을 것"이라며 "중국군과 미군 기지가 너무 가까워 양측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동부 아덴만과 홍해 사이에 있고 수에즈 운하와도 가까운 전략 요충지 지부티는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이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열강의 각축장이다.

200㏊ 면적으로 아프리카의 유일한 영구 미군 기지인 르모니에 기지는 중국군 기지에서 13㎞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기지에는 육군특전단(SOF), 해병대 등 4천500여 명의 미군 병력과 'HC-130P' 허큘리스 수송기, 'CH-53' 중무장 헬기, 'PC-3' 오라이언 대잠초계기 등이 배치됐다.

미군은 이 기지에서 정찰 등을 위해 드론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띄워 항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지부티 정부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상하이의 군사전문가 니러슝(倪樂雄)은 "중국군과 미군 기지는 매우 가까이 있어 상대방을 탐색하기 위한 치열한 첩보전을 펼칠 것"이라며 "이는 공개되지 않은 채 물밑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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