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구급대원들] ② 솜방망이 처벌이 악순환 부른다
폭행 사범 10명 중 5명은 벌금형 이하…"엄정히 처벌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매 맞는 소방관'의 사례는 매년 꾸준히 나오지만, 가해자의 처벌은 사실상 '솜방망이'여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급대원과 관련한 폭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경찰과 소방특별사법경찰이 수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소방특별사법경찰은 구조·구급을 방해하는 소방법 위반 행위에 대한 수사를 하기 위해 2012년 각 소방본부 안에 만든 조직이다.
소방사범의 수사·사건 송치 권한을 가지고 있고, 특별사법경찰 교육을 이수한 현직 소방대원으로 구성된다.
소방사범을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지는 사건 유형에 따라 다르다.
사건이 '폭행'에 해당하면 주로 소방특별사법경찰에서 맡는다.
이경우 형법과 특별법인 소방기본법,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위반(약칭 119법)이 모두 적용되는데 특별법이 형을 더 무겁게 정하고 있다.
반면 가해자의 행동이 공무집행방해에 그치거나 혹은 상해나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면 경찰에서 사건을 맡는다.
최우석 부산소방안전본부 법무수사주임은 "막말이나 욕설을 하는 경우 형법상 공무집행 방해죄에만 해당하고 소방기본법 등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아 경찰에서 수사를 맡는다"면서 "폭행이 심해 몸에 상처를 남기는 등 상해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형법상 상해죄로 처리되고, 상해죄가 더 무겁게 처벌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소방대원을 향한 폭행은 처벌이 강화돼있다.
소방기본법의 경우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28조)에서도 구조·구급 활동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2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는 형법상 폭행보다 처벌이 훨씬 강력하다.
하지만 이런 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사실상 '솜방망이'로 이뤄져 '매 맞는 소방관'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구급대원 폭행 및 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같은 해 7월까지 구급대원 폭행 사범 10명 중 5명(622명 중 314건, 50.5%)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은 30.7%인 191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폭력사범 167명 중 구속 수사를 받은 사례도 7건에 그쳤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처벌과 규정은 충분히 강화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처분결과를 보면 벌금 액수가 적던지 집행유예에 그쳐 가해자에게 충분한 교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의 법 집행과 관련해서는 '엄정'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소방공무원들의 경우 '엄정'보다는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다 보니, 소방공무원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엄정한 법 집행만이 현장에서 일하는 구급대원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