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북미중재·판문점선언 이행' 투트랙 가속 질주(종합)
북미정상회담 일정 확정 시 '핫라인' 통화 등으로 북미 간 중재
이행추진위 출범…산림 등 '대북제재 해당 않는' 분야부터 협력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투트랙 전략'을 활용해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기가 됐던 '판문점 선언'의 동력이 꺼지기 전에 고삐를 죄어 신속하게 구체적인 조치들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투트랙 중 첫 번째 트랙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중재 작업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받아낸 만큼 이제는 비핵화 방법론을 북미 정상이 합의하게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하에서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75분간 통화하며 정상회담의 성과를 공유했다.
이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입장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을 통해 북미 정상 간에 서로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의 조율은 이뤄졌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 단계를 넘어서서 북미 정상이 만나기 전까지 최대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구상 중인 비핵화 해법의 간극을 좁히는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핵포기 일괄타결, 짧은 기간 내 빠른 이행이 특징인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하며 '비핵화 전에는 보상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해법에 방점을 둔 북한 사이의 이견이 해소돼야 비핵화 로드맵도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 이행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동시에 언제든 김 위원장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 핫라인 통화를 가동해 다시 한 번 북미 간 입장을 중재하는 기회를 만들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일 기자들을 만나 "(남북 정상이) 불쑥 전화하지는 않을 것이고 통화를 하게 되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같이 이야기할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 일정 확정 시 '핫라인'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투트랙 중 다른 하나의 트랙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체제를 이어가는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의 신속한 가동이다.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준비위를 승계해 발족한 추진위는 이날 첫 회의를 열고 준비위 활동 때와 마찬가지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추진위를 띄운 것은 연속성과 속도감 있게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첫 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 분과 아래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를 둬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가기로 한 대목이다.
이는 비핵화의 완성을 위한 북미 중재 역할과 달리 인도적 교류 협력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에 구애받지 않고 남북이 즉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을 ▲바로 이행할 수 있는 사안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 이행해야 할 사안 ▲비핵화 진전에 따라 이행할 사안 등으로 구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에는 속도를 낸다는 뜻을 밝혔다.
정상회담 준비위에 참여하지 않았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진위에 합류한 것도 대북제재와 관련성이 작은 단계의 민간 분야 정책적 협력부터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 추진위를 중심으로 5월 중에 추진위의 총괄 간사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나서는 남북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남북 협력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릴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에 장성급 군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기로 돼 있는데 그 전에 고위급회담을 열어서 큰 틀에서 적십자회담 등 무슨 회담을 어떻게 열고 어떤 의제를 다룰지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북미정상회담과는 별개로 추진된다고 밝혀 북미 간 중재와 남북 간 협력은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한편, 추진위의 역할은 '판문점 선언' 이행과 관련한 '틀'을 만드는 것 까지이고 이후 구체적 이행은 국무총리의 지휘 아래 각 부처에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일할 여건이 덜 마련돼 추진위는 로드맵을 만드는 기구가 될 것"이라며 "막상 일을 시작할 때 총리가 중심이 되는 게 원활할지 등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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