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포스트 브렉시트' 예산증액…英 탈퇴·난민 등 안보비용↑
집행위 2021~2017년 예산안 1천476조 원 제안…GNI 1.11% 수준
27개 회원국 부담 증가…일부 국가 반발로 확정까지 진통 예상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일 EU가 오는 2021~2027년 7년간 집행할 예산 규모로 1조1천350억 유로(2018년 기준, 1천476조 원 상당·물가상승률 감안 시 1조2천790억 유로, 1천663조 원 상당)를 제안했다.
이번 예산안은 오는 2019년 3월 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 편성되는 것으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으면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국민총소득(GNI)의 1.1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집행위는 밝혔다.
집행위는 영국의 EU 탈퇴에도 불구하고 안보와 국방, 국경관리 등 EU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해 현재 예산과 비슷한 규모로 새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영국의 탈퇴로 인해 EU는 한 해 최대 150억 유로의 세입 결손이 불가피해 나머지 회원국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2014~2020년) EU 회원국들은 EU 예산으로 GNI의 1.03% 정도를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에 출석, "더 적은 재원을 갖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한 실용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이번 예산안을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예산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몇몇 회원국들은 벌써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EU에 재정적으로 더 많은 기여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등은 회원국의 부담 증가에 대해 EU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EU가 (영국 탈퇴로) 더 작아지게 되는 만큼 예산 규모도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이번 2021~2027 예산안에 따른 각 회원국의 부담액은 4억4천 명 EU 회원국 성인들이 하루 커피값으로 지불하는 것보다 적다며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집행위는 안보와 국방, 국경관리, 청소년, 기술혁신, 인터넷 분야 등에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며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농업 분야 기금과, 동유럽의 가난한 회원국 인프라 지원비 등을 약 5%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또 브렉시트로 인한 예산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배출가스 거래시스템, 플라스틱 관련 세금, 기업에 대한 새로운 세금 부과 등 세원을 발굴하고 법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회원국에 대한 EU의 자금지원 동결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법치 훼손 국가에 대한 지원 동결에 대해 융커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특정 회원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폴란드와 헝가리 등은 벌써 반발하고 있다.
집행위가 예산안을 발표함에 따라 EU의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는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를 벌이게 된다.
EU 예산안은 모든 회원국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유럽의회에서도 승인을 받아야 최종 확정된다.
집행위는 이번 차기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5월 이전에 새 예산안을 확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EU 예산 심의과정에 유럽의회는 예산을 더 늘리려고 하고, 각 회원국은 예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므로 예산안이 제출된 후 최종적으로 확정될 때까지 최소한 수개월이 소요된다.
집행위에 따르면 현재(2014~2020년) 예산도 최종 확정까지 약 2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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