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일손부족…영암 버스참사, 농촌사회 그늘 드러낸 인재

입력 2018-05-02 15:29
수정 2018-05-02 19:59
고령화·일손부족…영암 버스참사, 농촌사회 그늘 드러낸 인재

농촌 노인 일자리 알선 구조, 노동 환경 등 전반적인 점검 계기돼야



(영암=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영암에서 발생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사고는 인구 고령화, 일손 부족 등 농촌 사회에 드리운 그늘을 여실히 드러낸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음알음으로 중개되는 '할머니 일꾼'들은 몇만 원 일당벌이를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위험과 고단함을 감수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2일 사망자 유족 등에 따르면 사고 버스에 올라탄 할머니들은 평소 버스 운전사의 알선으로 밭일을 하러 다녔다.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가 운전사에게 연락하면 운전사는 '반장' 역할을 하는 할머니를 통해 인력을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들은 통상 밭 주인에게 일당 7만5천원을 받으면 운전사에게 중개 수수료, 차비 등 명목으로 1만5천원을 떼어줬다고 유족은 설명했다.

전통적 품앗이에 무허가 중개·알선이 더해진 농촌 사회의 흔한 인력 수급 형태다.

고령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인에게는 쏠쏠한 돈벌이가 되기도 하지만 비공식적 중개에는 사고 시 책임을 떠안을 주체가 없다.

하루 열두 시간 넘는 노동에도 상해보험 보장은 언감생심이다.

이번 사고 운전사가 별도 보험료를 내고 유상운송 위험을 담보하는 특별계약을 해 사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공식적인 경로로 일용 근로를 하려면 농협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인력 중개소를 이용해야 한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촌 인력 중개센터를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 농작업 상해보험 가입, 교통비, 숙박비 등이 지원된다.

지자체들도 직업소개소를 운영한다.

사고를 당한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주에만 40개 등록업체에서 일자리를 알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령의 노인들에게는 신청, 근로 계약 체결 등 과정이 번거롭기만 하다.

무, 마늘, 양파 재배 현장에 일손을 보태는 할머니들은 대개 무등록 중개인을 통하는 사례가 많다.

상해, 일당 미지급 등 피해는 고스란히 노인들이 떠안아야 한다.

젊은 남성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인식되는 농촌 현장에서 할머니들의 존재감은 더해가지만, 근로 체계는 여전히 주먹구구인 셈이다.

전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사일을 오가는 노인들이 탄 트럭이나 승합차 사고가 있을 때마다 교통안전 등 문제가 언급되기는 했지만, 노인 근로와 관련한 논의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운송 안전부터 시작해 노동 환경까지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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