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충돌 원인 못 찾아…영암 버스사고 합동 현장조사(종합)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사고 재구성…블랙박스 분석·현장 감식
참변에 피해 마을 침통…무허가 영업 상관없이 보험 적용
(영암=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영암 미니버스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경찰, 도로교통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합동 조사가 2일 사고 현장에서 실시됐다.
경찰이 확보한 미니버스 블랙박스 분석 결과, 미니버스가 옆 차선에서 달리던 SUV 차량과 충돌하면서 중심을 잃고 흔들린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사고를 재구성, 원인을 밝혀낼 계획이다.
피해자들이 거주한 마을들은 가족의 달에 찾아온 비극에 온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나주에는 대책본부가 마련돼 본격적인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 SUV 충돌 후 중심 잃어…최초 충돌 원인 못밝혀
경찰, 도로교통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전남 영암군 신북면 사고 지점에서 40분간 교통을 통제하고 합동 조사를 했다.
현장 재구성을 위해 3D 스캐너와 드론으로 3차원 측량을 하고 현장 증거를 촬영했다.
이어 사고 지점에서 6㎞ 떨어진 사고 차량을 보관 중인 견인소로 이동해 현장 감식을 하고 차체 바닥면을 정밀히 조사했다.
경찰이 확보한 미니버스 블랙박스 영상에서 사고 전 버스는 2차로, SUV는 1차에서 같은 방향으로 비슷하게 달리고 있었다.
사고 직전에는 2차로에서 달리던 버스가 1차로로 가던 SUV 조수석쪽 사이드미러를 충돌하면서 중심을 잃고 흔들린 사실을 확인했다.
SUV 블랙박스는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차량 외에 다른 차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충돌 뒤 중심이 흔들리면서 도로변 가드레일에 충격할 때까지 30m가량 궤적의 스키드 마크도 현장에서 확인했다.
하지만 최초 충돌이 왜 일어났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측량 기록 등을 토대로 최초 충격 지점, 흔적, 속도,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할 계획이다.
◇ 날벼락 참변에 피해 피해자 거주 마을 침통
이번 사고로 이웃들이 목숨을 잃은 나주, 영암 피해 마을에는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부를 묻는 자식, 손자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상점 앞 평상에 모여 침통한 심경으로 하루를 보냈다.
주민들은 소일거리로 일당을 벌기 위해 나섰다가 사고를 당한 이웃의 비극에 비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동갑내기 친구를 떠나보낸 이모(84·나주시 반남면) 할머니는 "젊어서 둘 다 반남면으로 시집와서 의지하며 지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객지에서 조바심내는 가족들 심정과는 달리 이날도 마을 노인 몇 명은 삼삼오오 모여 일당벌이 농사일에 나섰다.
반남면사무소에서 열린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피해자들이 쉬는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노동력 착취를 당했고 운전사가 지나친 수수료를 챙긴 의혹이 있다"는 유족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 무허가 영업 상관없이 보험 적용…위자료·장례비·치료비 지원받아
피해자들은 사고버스와 손해배상책임보험 계약을 맺은 보험사로부터 자동차보험 보상을 받는다.
사고버스가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으로 등록하고 불법 영업을 했지만, 운전자가 별도 보험금을 내고 특별계약을 맺어 보험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버스는 올해 3월부터 1년 단위로 보험사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된 보험에 따라 사망자에게 위자료와 장례비, 치료비를 지급한다.
장례비도 500만원 한도로 유가족이 요청하면 우선 지급할 수 있다.
보험사 측은 부상자들이 퇴원하면 보상금 지급을 따로 논의할 예정이다.
◇ 나주 대책본부 마련, 사고 수습 총력
나주시는 영산포제일병원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망자 유가족을 위한 편의 제공과 사고 수습 절차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나주시는 이날 오전 10시 반남면사무소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유족과 장례 절차, 합동분향소 설치, 보험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유족에게 생계 안전비나 구호 성금을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례 절차에 들어가면 장례용품도 후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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