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고생 무도회서 '중국 전통의상' 입었다가 문화 논쟁 촉발

입력 2018-05-02 12:41
미 여고생 무도회서 '중국 전통의상' 입었다가 문화 논쟁 촉발

미국서 "우리 문화 아냐" 비난…中 누리꾼은 "문화적 공감" 옹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의 한 여고생이 무도회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입었다가 양국에서 거센 문화논쟁을 촉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미국 유타 주의 18살 고등학생인 케이자 돔은 학교 무도회에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旗袍)를 입고 나간 사진을 최근 트위터에 올렸다가 수많은 댓글이 달리는 등 뜻하지 않았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붉은색 바탕에 금색과 검은색 실로 수를 놓은 이 드레스에 상당수 미 누리꾼은 거센 반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돔이 '문화적 도용(盜用)'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한 누리꾼은 "너의 빌어먹을 프롬(prom) 드레스는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은 4만 개의 리트윗과 함께 18만 개에 달하는 '좋아요'를 얻기도 했다.

이는 프롬으로 불리는 고등학교 무도회가 미국의 고교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인 탓으로 여겨진다. 졸업반 프롬에서는 남녀학생 모두 멋진 양복과 화려한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다.

돔은 "내 사진이 이렇게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며 "이 사진으로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하지만, 이토록 멋진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누리꾼들의 반발에 맞서 중국 누리꾼들은 돔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한 중국 누리꾼은 "이것은 문화적 절도가 아니라, '문화적 공감'이며 '문화적 존중'"이라며 "중국 TV 방송국과 패션 기업이 그녀를 초청해서 치파오를 입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며 "악의나 비방이 없는 한 중국의 문화유산은 전 세계로 퍼져나갈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 왕조 때 형성된 중국의 전통의상인 치파오는 보통 원피스 형태의 여성 의복을 지칭한다. 몸에 딱 맞는 옷으로, 치마에 옆트임을 주어 실용성과 여성미를 강조한다. 1920년대부터 치마와 소매 길이를 짧게 한 현대식 치파오가 나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부르주아 문화의 유산으로 여겨져 금기시됐으나, 개혁개방 이후 국력의 신장과 함께 중국의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옷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도 외국 방문 때 치파오를 즐겨 입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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