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잊힌 내전'…포화에 갇힌 난민 2천명 굶어죽을 위기
정부군과 카친족 반군 7년째 충돌…로힝야 사태로 한동안 잊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숲 속에 갇힌 사람들은 밖으로 나올 수가 없다. 굶주리고 아프다. 어떤 여성들은 그곳에서 출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갈 수 없어 그들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난달 30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주도 미치나에서 거리 시위에 나선 소수민족 대표들이 쏟아낸 절규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카친 주 산악지대에서는 7년째 미얀마 정부군과 카친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 간에 내전 수준의 치열한 무장분규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군은 야포에 전투기까지 동원해 반군 거점을 공격하고,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등과연합한 KIA는 산악과 인구밀집 지역에서 산발적인 게릴라전으로 맞섰다.
양측간 충돌 와중에 발생한 10만 명의 난민은 몇 년째 난민촌에 갇혀 지낸다.
싸움이 격화한 지난 2016년 말에는 2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중국 땅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지난달 양측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자 5천여명의 주민이 다시 피란길에 올랐고, 이 가운데 2천여 명은 정부군과 반군의 포격 때문에 아직 숲 속에 갇혀 굶주림과 공포에 떨고 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얀마 북부에서 벌어지는 이런 치열한 내전은 민족간의 영토 분쟁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마어마한 경제적 이권이 존재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얀마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옥(玉)과 루비 등 보석 원석을 생산하는 광산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옥 광산 수익의 대부분은 군부가 독점하고 있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지난 2014년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에서 생산된 옥의 가치가 310억 달러(약 37조 원)로 미얀마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달하지만, 옥 생산을 통해 생긴 수익은 대부분 군부와 전직 군인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버마족을 대표하는 정부군의 반군 공격에는 바로 이런 광산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관측이다.
장장 7년에 걸쳐 진행 중인 카친 주의 참혹한 내전은 그러나 21세기 아시아 최대 난민 사태를 낳은 서부 라카인주(州)의 로힝야 사태에 묻혀 한동안 잊혔다.
수천 명의 양민이 학살되고 70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발생한 로힝야 사태의 충격파가 워낙 컸던 탓이다.
지난해 1월 카친 주 난민촌 방문을 시도했다가 당국의 제지로 발길을 돌렸던 이양희(62·성균관대 교수)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1일 성명을 통해 "최근 몇 주 동안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로 최소 10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수백 가구가 전투를 피해살던 곳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면서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이뤄지는 정부군의 전투기 공습과 중화기 공격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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