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이어 윔블던에서도 '먹튀' 방지법 적용

입력 2018-05-02 10:03
호주오픈 이어 윔블던에서도 '먹튀' 방지법 적용

1회전 시작 전에 기권하면 상금 50% 지급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테니스에서 세계 랭킹 100위 이내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는 자리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으로 이어지는 4대 메이저 대회의 경우 남녀 단식 본선에 128명씩 출전하는데 예선 통과 선수들의 자리를 빼면 대략 세계 랭킹 100위 이내 선수들은 거의 예외 없이 본선에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 일단 직행하면 대략 2억원 정도의 상금이 확보된다.

매 대회 1회전 탈락 상금만 해도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천만원 안팎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내리 1회전에서 패해도 2억원을 가져갈 수 있고, 한 번만 이기면 2억원을 훌쩍 넘는 상금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 1회전 탈락 상금이 너무 많다 보니 뜻밖의 부작용이 생겨났다.

눈앞에 보이는 5천만원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부상으로 도저히 경기에 나설 몸이 아닌데도 일단 코트에 나오고 보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일생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어놓은 톱 랭커들은 상관이 없지만 '생계형'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윔블던에서는 무려 7명의 선수가 1회전 경기에 나왔다가 1세트 도중 기권을 선언하고 상금만 받아가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럴 경우 대회의 명성에도 흠집이 가는 것은 물론 경기를 관람하러 온 팬들에게도 실망감만 안기게 된다.

또 대기 순번에서 본선에 자리만 나기를 기다리는 선수들로서도 맥이 풀리는 일이고, TV 중계 일정도 꼬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러자 지난해 11월 4대 메이저 대회가 모인 '그랜드 슬램 보드'에서는 올해부터 '50-50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부상이 있는 선수가 1회전 경기 시작 전에 기권하면 상금의 50%를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대기 순번에 있던 '러키 루저'에게 준다는 내용이다.

부상이 있는데도 상금 약 5천만원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나왔다가 일찍 기권하거나, 1회전을 끝냈더라도 현저하게 낮은 경기력을 보인 선수에게는 상금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1회전 패배 상금을 모두 벌금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첫 희생자는 1월 호주오픈에서 나왔다.

정현(22위·한국체대)과 1회전에서 만나 2세트 도중 기권패 한 미샤 즈베레프(54위·독일)가 1회전 탈락 상금이었던 6만 호주달러(약 4천800만원)에 준하는 5만6천165 호주달러를 벌금으로 냈다.

처음부터 기권했더라면 더 많은 상금을 받아갈 수 있었던 셈이다.

2일 올해 상금 내역을 발표한 윔블던에서도 이런 '50-50' 규정이 적용된다.

특히 이 대회는 지난해 7명이나 1회전 기권 사례가 나온 터라 올해 더욱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1라운드 기권에 관해서는 이미 지난해 새로운 규정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며 올해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했다.

7월 2일 개막하는 올해 윔블던 1회전 탈락 상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5천700만원 정도인 3만9천 파운드다.

그러나 올해 US오픈이 도입하기로 한 '25초 샷 클락' 제도(포인트가 난 뒤 다음 서브를 넣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는 윔블던에서는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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