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중에 한국 독립운동가 조명하 의사 기념비
1928년 일왕 장인 척살…'친일 성향' 대만에 어려움 뚫고 들어서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일본강점기 대만에서 일왕의 장인을 척살한 항일독립 운동가 조명하 의사를 재조명하는 행사가 현지에서 열렸다.
대만 중부의 타이중(台中)시는 1일 조명하 의사의 의거가 벌어진 민권로(民權路)와 자유로(自由路) 교차로 부근에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고시패(기념비)를 설치했다.
조명하 의사는 1928년 5월 14일 이곳에서 독이 묻은 칼로 일왕의 장인 구니노미야 구니히코(久邇宮邦彦王) 척살을 시도했고, 결국 구니노미야는 수개월 후 독으로 인해 사망했다.
조 의사는 이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뒤 그해 10월 10일 대만 교도소에서 24살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동판에 한글, 중국어, 영어로 새겨진 조 의사의 의거는 타이중시가 신규로 역사 유적지 7곳에 설치한 고시패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날 인근 타이중제일고교에서 린자룽(林佳龍) 타이중시 시장과 양창수 주타이베이 한국대표, 박기준 부대표, 김상호 슈핑(修平)과기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시패 제막식을 가졌다.
린 시장은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을 보여주는 조 의사의 의거는 독립과 자주를 상징한다"며 "많은 사람이 역사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알길 바란다"고 말했다.
린 시장은 이어 "문화는 도시의 영혼"이라며 "타이중시에서 일어난 과거의 무형문화자산을 후대에 물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창수 대표는 "숙원 사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친일 성향이 강한 대만에서 항일운동을 벌인 한국 독립투사에 대한 기념비를 세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타이베이 주재 한국대표부는 오는 12∼13일 조명하 의사 의거 90주년을 맞아 학술회의 및 기념식을 각각 국립사범대 문학원과 타이베이 한국학교에서 거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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