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불청객 미세먼지로 야외운동회 딜레마

입력 2018-05-01 15:13
"할까 말까"…불청객 미세먼지로 야외운동회 딜레마

'나쁨' 대비한 실내활동 플랜B 마련하느라 골머리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5월을 맞아 운동회 등 각종 야외행사를 치르는 일선 학교들이 복병 '미세먼지'로 딜레마에 빠졌다.



계절의 여왕 5월은 휴일이 많고 기온도 적합해 운동회 개최에는 안성맞춤의 조건을 갖췄지만, 숨을 턱턱 막히게 하고 눈을 따갑게 하는 미세먼지의 역습으로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다.

근로자의 날인 1일 경기도 내 상당수 초등학교에서는 야외운동회가 열렸다. 부모들이 쉬는 날이어서 학부모 참여율을 높일 요량으로 이날을 운동회로 정한 학교가많았다.

하지만 수년 전과 달리 운동회 준비는 보통 일이 아니게 됐다.

사전에 학부모 회의 진행은 물론 당일 미세먼지가 높을 경우를 대비한 대안을 마련해놔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운동회를 진행한 A 초등학교는 새벽부터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느라 분주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이면 운동회를 취소하려고 했으나, '보통'으로 측정돼 오전 7시쯤 학부모 대표에게 운동회를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농도가 '나쁨' 수준이었다면 일정을 다음날로 연기하거나, 체육관에서 학년별로 소규모 스포츠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플랜B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운동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교직원들은 운동회 진행과 별개로 수시로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했다"라며 "올해 봄에 운동회를 열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학부모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과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오늘 정상적으로 운동회를 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운동회를 개최한 수원의 B 초등학교는 아예 내년부터 야외운동회를 없앨지 고민이다.



아이들에게 운동회는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중요한 행사지만, 학교 입장에선 미세먼지에 대비하며 준비해야 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에도 학부모들과 회의를 열었다는 학교는 1일 미세먼지 농도가 한때 나쁨으로 예보될 수 있다고 해 전체 참가자 수에 맞춰 마스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저학년들을 교실로 대피시키는 시나리오도 짜놨다.

아침에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면, 이날 운동회는 학년마다 한 시간씩 다목적실에서 실내활동을 하는 정도로 갈음할 예정이었다.

B 초교 측은 "미세먼지에 대한 민원이 워낙 많아서 학교 입장에선 운동회를 진행하기도, 안 하기도 부담스럽다"라며 "앞으로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심해졌지 좋아질 거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내년부터 아예 야외운동회를 없애자'는 얘기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성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아무래도 4∼5월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서 이번 달은 교실에서 요리체험과 전통놀이를 하는 등의 실내활동만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운동회도 미세먼지가 조금 덜 한 초가을에 열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도내 25개 교육지원청을 통해 유치원 및 각급 학교에 단계별 대응 방안(고농도예보, 고농도 발생, 주의보 발령, 경보 발령, 발령 해제)을 전파하고 있다.

농도가 나쁨(미세먼지 81㎍/㎥ 이상·초미세먼지 36㎍/㎥ 이상) 이상이면 학교는 실외 수업을 자제(유치원과 초등학교는 금지)해야 하며, 주의보부터는 실외 수업을 하지 못한다.

도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로 학교마다 평균 7차례 실외 수업이 실내 수업으로 대체됐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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