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접은 황새' 황선홍…2년 만에 서울 사령탑서 낙마
성적 부진으로 팬들 사퇴 압박 못 이겨…박주영과 불화설까지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황새' 황선홍(50) 감독이 FC서울과 함께 날아오르지 못한 채 2년 만에 날개를 접고 내려왔다.
황 감독은 이번 시즌 FC서울 부진에 책임을 지고 30일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6년 6월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후부터 채 2년을 채우지 못했다.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황 감독이 처음으로 맞는 명예롭지 못한 퇴장이다.
독일·일본 무대와 K리그 포항 스틸러스 등에서 뛴 황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기도 한 정상급 공격수였다. A매치 103경기에 출전해 50골을 넣었다.
2003년 2월 선수 은퇴를 선언한 후에는 전남 드래곤즈 2군 코치를 시작으로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했고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처음 감독직을 맡았다.
이후 3년간 비록 팀은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초보감독 황선홍은 대체로 합격점을 받았다.
곧바로 친정팀 포항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황 감독은 지도자의 능력을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했다.
2012년 포항의 FA컵 우승을 지휘했고, 2013년엔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에 제패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2013년 더블은 외국인 선수 없이 이뤄낸 성과였다.
화려한 선수는 지도자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40대 명장 반열에 올라선 황 감독은 다섯 시즌을 포항에서 보낸 후 2015년 10월 팀을 떠났다.
황 감독의 휴식은 길지 않았다.
2016년 6월 최용수 감독의 중국행으로 공석이 된 서울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부임 5개월 만에 황 감독은 서울에 리그 우승컵을 안기며 서울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는가 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기 탈락에 이어 리그에서도 5위에 그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간판 외국인 선수 데얀을 비롯해 오스마르, 윤일록 등 주축선수들을 모두 내보내면서부터 차가워진 팬들의 시선은 시즌 초반 서울의 부진 속에 더욱 악화했다.
홈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엔 황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황 감독은 경기장에서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거듭 표시해야 했다.
그 와중에 선수와의 불화설마저 불거졌다.
박주영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년 동안 나아진 것이 없는 서울"이라는 표현으로 황 감독을 비난하는 듯한 글을 올리며 갈등설로 번졌다.
화끈한 승리로 여론을 반전시켜야 했지만, 서울은 좀처럼 분위기를 타지 못했다.
반등의 기회였던 4월 하위권 팀들과의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았고 5월에는 라이벌 수원과의 '슈퍼매치'를 포함해 상위권 팀들과의 부담스러운 경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등 돌린 팬심과 돌파구를 찾지 못한 성적,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 사면초가 처지에 놓인 황 감독은 결국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서울과의 동행을 마감하게 됐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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