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합의 파기해도 과연 북한이 신경쓰지 않을까
폼페이오 "김정은이 대화 않겠다고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 민주당 의원 "북핵 협상에 영향 없다고 생각하면 순진한 것"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기자 =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를 파기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영향이 없을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중동 출장길에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경쓰지 않을 것처럼 얘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이란 핵 합의를 주시하며 '어머나, 그들(미국)이 합의에서 탈퇴한다면 나는 미국과 더는 대화하지 않겠다'라고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할지 말지 보다 그(김정은)가 더 신경 쓰는 다른 최우선 순위들이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가 북미 협상을 틀어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폼페이오가 최소화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불신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폼페이오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큰 장애물로 여기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 여부를 놓고 미국 정치권도 논란이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ABC방송에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도 이것이 북한 핵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프 의원은 "우리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우리를 따르겠느냐"며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이란 핵합의는 중동지역의 핵무기 경쟁만 초래했다며 이란 핵합의 탈퇴는 북한과 중국에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다른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만약 트럼프를 속이는 것이라면 큰 패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인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서방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체키로 이란과 합의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2일까지 핵합의로 유예했던 대이란 제재를 되살릴지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북핵 협상의 성공 여부에 대한 전망 기사를 다루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나의 협상(북핵)에 들어가면서 기존 (이란) 핵협정 파기를 공언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상대가 양보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만들고 미국의 약속은 공허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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