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비핵화·체제안전' 정교한 로드맵 마련이 관건이다
(서울=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는 평화와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분출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언급한대로 '평양시간'을 우리 표준시와 맞출 것이라고 공표했다. 남북 간에 서면으로 이뤄진 합의가 아님에도 남쪽의 '대외적인'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다. 남북 합의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이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발 메시지도 긍정적이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는 진영을 떠나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제까지 와 본 적이 없고, 앞으로 다시는 못 올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긴 이르다. '완전한 비핵화' 문제만 해도 목표 도달까지는 난제가 쌓여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장의 5월 중 '폐쇄' 실행을 이번 회담에서 밝혔지만 갈 길은 멀다.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게 가장 과제일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언급도 이런 인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지만, 지금부터는 정말 살얼음판이다. 치밀하고 정교하게, 결코 실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 방법, 시한, 검증 문제 등을 따져보면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검증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9·19공동성명을 만들어낸 북핵 6자회담이 2008년 좌초한 것도 검증의정서 채택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것도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의 양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정치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 문제가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서였다. 북핵 문제는 그동안 검증의 고비를 한차례도 넘어서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북핵 검증은 북핵 6자회담이 중단된 지난 10년 사이에 난도가 한층 높아졌다. 확인하고 따져볼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선 핵포기, 후 관계정상화'가 골자인 리비아식 모델을 다시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거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달성을 입증할 수 있는 불가역적 조치를 북한에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요구하는 구체적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는 아직 제시된 것이 별로 없다. 이미 핵주기를 완성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난관의 하나일 뿐이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 긴요해졌다. 우선 북한과 미국이 모두 만족할만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과 관련된 정교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북미 간의 교섭에 행여나 우리 이익과 배치되는 논의가 이뤄져서도 안 될 일이다. 한미 간의 팀플레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북미 간에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한과 미국을 우리가 중재해야 한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전화를 최우선 받겠다고 했고, 남북 최고 지도자 간에는 직통전화도 설치돼 있다. 기적처럼 현재의 국면을 우리가 이끌어 왔듯이 앞으로 더 기적 같은 일들을 주도해 어렵게 싹을 틔운 한반도 평화의 결실을 이번에는 반드시 수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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