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 독과점 논란도 뛰어넘는 흥행 질주
"착한 독과점은 없어…스크린상한제 등 마련해야"
"향후 5년간 마블 중심의 디즈니 시대 이어질 것"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저스 3)가 브레이크 없는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개봉 6일째인 30일 총 관객 500만 명을 넘어선다. 개봉 5일째 500만 명을 돌파한 부산행'(2016)보다는 하루 늦은 속도지만,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1천761만)과는 타이기록이다.
'부산행'과 '명량'이 모두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에 개봉했다면, '어벤져스3'는 비수기인 봄철에 거둔 성적이라는 점이 대비를 이룬다.
'어벤져스 3'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흥행사도 새로 쓰는 중이다.
월트디즈니에 따르면 이 영화는 북미에서 약 2억5천 달러 흥행 수익을 올리며 역대 개봉주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또 개봉 5일 만에 전 세계에서 6억3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 왜 열광하나…"오락성 총 망라"
'어벤져스 3'의 국내 흥행 광풍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한국팬들의 마블 사랑은 이미 알려진 데다, 이번 작품은 일단 스케일부터가 전작들과 다르기때문이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 어벤져스 원년 멤버뿐만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스타로드 등 마블의 슈퍼히어로 23명이 총출동해 역대급 볼거리를 제공한다. 정확한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블 영화 사상 가장 많은 물량이 투입된 작품이다.
슈퍼 히어로의 활약이 돋보이는 마블 영화공식과는 달리 악당 타노스의 활약이 두드러진 데다, 예상을 뒤엎는 결말로 끝난다는 점도 관객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마블 영화는 한국영화가 아직 보여주지 못하는 오락성을 총망라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벤져스3'는 그동안 시리즈 가운데 모든 흥미로운 요소들을 집약시켜놓았다"고 분석했다.
IPTV VOD 서비스 등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진 가운데 아이맥스로 촬영된 '어벤져스3'의 경우 꼭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
이 영화는 20~40대 관객의 고른 선택을 받는다. CGV리서치센터가 지난 25∼29일 '어벤져스3' 관객을 분석한 결과, 20대 비중은 38.4%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29.7%, 40대는 23.3%였다.
또 3인 이상 영화를 함께 본 비중도 27.8%로 높은 편이었다.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화팬 사이에는 영화를 2번 이상 보는 'N차 관람' 비중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 탄력 못 받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어벤져스3'의 적수 없는 흥행은 막강한 콘텐츠 덕분이지만, 영화 외적인 요소도 작용했다.
일찌감치 '1천만 예약 영화'로 알려지면, 체급이 비슷한 영화들이 맞대결을 피했기 때문이다.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다른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한국영화조차 '어벤져스3'와 경쟁을 피하는 상황이어서 수요를 분산시킬 만한 다른 영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극장들의 스크린 몰아주기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어벤져스3'는 개봉일에 역대 최다 스크린인 2천461곳에서 상영됐다. 주말인 지난 29일에도 2천548개 스크린에서 1만2천944회가 상영됐다. 29일 기준 스크린 점유율은 49.9%, 상영 점유율은 77.5%에 달한다.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예매율이 지속해서 95%를 웃돌았기 때문에 스크린과 상영 횟수를 그만큼 많이 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스크린을 독식하지만, 독과점 논란은 이전만큼 힘을 받지 못한다.
지난해 7월 '군함도'의 경우 당시로는 사상 처음으로 2천 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개봉돼 거센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이 TV에 나와 "송구하다"며 사과까지 할 정도였다.
'어벤져스3' 흥행을 바라보는 다른 배급사들도 입을 닫고 있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서로 눈치만 치열하게 볼 뿐 섣불리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여름 성수기가 오면 한국영화 대작들도 비슷한 논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계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영화시장이 획일화될 것이라며 스크린 상한제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한 영화인은 "마블 영화의 경우 팬덤이 강하다 보니,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묻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착한 독과점'은 있을 수 없고, 결국 다른 영화 취향을 가진 관객과 다른 영화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향후 5년간 디즈니 콘텐츠 극장 장악할 것"
'어벤져스3'가 국내에서 1천만 명 고지를 넘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아바타'(2009·1천362만명)의 흥행기록을 뛰어넘을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극장 관계자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다 챙겨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심리적 저항이 있는 데다, 50대 이상 장년층한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800∼900만 명까지 가파른 흥행세를 이어가다 1천100만∼1천200만 명 정도에서 멈출 것"으로 추정했다.
영화계는 '어벤져스3' 태풍이 지나더라도 향후 몇 년간 마블 영화를 중심으로 디즈니 영화 천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내년에만 마블의 새로운 여성 히어로물인 '캡틴 마블'이 개봉하고, '어벤져스4'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디즈니는 마블은 물론 픽사와 스타워즈를 보유한 콘텐츠 왕국"이라며 "앞으로 최소 5년간은 마블을 중심으로 한 디즈니 콘텐츠가 세계 영화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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