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대열에 합류 안한 이유는?

입력 2018-04-30 06:45
축구가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대열에 합류 안한 이유는?

'손흥민 출전 희망' 남자팀, 병역 문제-2연패 자신감 반영

여자팀은 아시안게임 멤버로 월드컵 조직력 다지기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북 단일팀보다는 조직력 다지기를 통한 전력 끌어올리기가 우선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대한체육회로부터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불참'을 선언하면서 내세운 논리다.

이에 따라 손흥민(26·토트넘)과 북한의 한광성(20·칼리아리)과 한반도기를 달고 남북 단일팀 멤버로 아시안게임에 뛸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축구도 남북 단일팀을 이뤄 출전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왔다.

축구가 1991년 탁구에 이어 두 번째로 남북 단일팀을 이뤄 그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8강 진출을 이뤄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1929년부터 1935년까지 경성과 북한 평양을 오가는 '경평 축구'가 19차례 열렸다. 상대전적에서는 평양팀이 8승 7무 4패로 우위를 보였다.

중단됐던 경평 축구는 광복 직후인 1946년 두 차례 열려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후에는 세계청소년선수권 단일팀에 이어 1999년 8월 남북 노동자축구대회와 2002년 9월 7일 남북 친선경기 등으로 축구는 남북한 체육 교류의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올해 초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회장을 맡으면서 남북 축구 교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달에는 29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북한축구협회 한은경 부회장이 동아시아연맹 총회 참석을 위해 방남하기도 했다.

과거 단일팀 구성 경험과 체육 교류 실적을 고려하면 축구가 남북 단일팀 종목으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체육회로부터 단일팀 의향 타진을 받고 나서 집행부 회의를 통해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불참 선언의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전력으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조직력 다지기가 우선이라는 내부 의사 때문이다.

단일팀이 남북 화해에 기여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의 경우 당장 '병역 특례'와 직접 연결돼 선수 구성 과정 자체부터 선수들에게 민감하다.

한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결승에서 북한을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에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2연패를 달성하면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4주 기초 군사훈련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군(軍)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손흥민도 김학범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을 통해 나이와 상관없는 와일드카드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출전 엔트리가 대폭 확대되지 않는다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선수 가운데 일부는 차출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이 참가해도 손흥민,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주축으로 이룰 것으로 예상하는 대표팀 전력보다 크게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남은 기간 선수 선발 과정의 진통과 훈련 진행에서의 어려움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체육회의 요청을 받았을 때 사실 병역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단일팀 구성시 우리 선수들이 불가피하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단일팀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여자 대표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팀은 지난해 4월 '평양 원정'에서 아시아의 강호 북한을 따돌리고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대표팀을 여세를 몰아 이달 초 아시안컵 본선에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진출을 확정하는 쾌거를 이뤘다.



23세 이하 선수가 주축인 남자팀과 달리 여자팀은 아시안게임 멤버가 중심이 돼 내년 여자월드컵에 출전한다.

북한도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때 준결승에서 한국을 꺾은 데 결승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딴 만큼 이번에도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여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여자월드컵에 나가기 때문에 연속성과 전력 유지라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하면 전력이 향상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여자월드컵 16강 진출 목표를 세운 여자팀을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어 "종전부터 북한과의 A대표팀 친선경기를 추진하는 등 지속해서 남북 축구 교류 방안을 고민해왔다"면서 "북한 축구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서로의 경기력을 높일 방안을 다각적으로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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