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 위스키' 본고장서 주류 가격 제한 정책 통할까

입력 2018-04-29 22:03
'스카치 위스키' 본고장서 주류 가격 제한 정책 통할까

스코틀랜드, 과도한 주류문화 제동 위해 5월부터 시행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스코틀랜드에서 주류가게를 운영하는 달딥 싱씨의 가게는 최근 알코올 사이다 재고가 동났다.

오는 5월 도입되는 주류 최저판매가격(minimum unit pricing·MUP) 제도를 앞두고 주당들이 알코올 음료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저렴한 알코올 사이다 제품 '프로스티 잭(Frosty Jack's)' 3리터(ℓ) 짜리(알코올 도수 7.5도 기준)는 현재는 4.5파운드(한화 약 6천700원)에 팔리고 있지만, 화요일부터는 11.25 파운드(약 1만6천700원) 이하의 가격에는 판매할 수 없다.

싱씨는 "변화를 앞두고 동네 주당들이 (알코올 음료) 비축에 나섰다"면서 "몇몇은 '패닉바잉'을 하고 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5월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되는 주류 최저판매가격 제도에 스코틀랜드는 물론 다른 지역과 국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의 대표 정책으로 야심 차게 도입된 이 제도는 주류회사들의 소송 제기 등으로 인해 시행이 5년간 지연돼왔다.

주류 최저판매가격 제도는 알코올음료 유닛(unit)당 최저가격을 0.5파운드(약 750원)로 정하고 이 가격 이하로는 술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알코올음료 종류, 도수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40도짜리 700㎖ 위스키는 14 파운드(약 2만원), 4도짜리 라거 맥주 500㎖는 1파운드(약 1천500원), 12.5도짜리 750㎖ 레드 와인은 4.69파운드(약 7천원) 밑으로 판매할 경우 위법이다.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지역 주민들은 과도한 음주 문화로 유명하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잉글랜드나 웨일스 주민들에 비해 음주량이 20%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스코틀랜드에서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10% 증가하기도 했다.

셰필드 대학은 주류 최저판매가격 제도 도입으로 향후 20년간 2천 명 이상의 사망자를 줄이고 4만 명 이상의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통사고와 강력범죄 등을 줄이는데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주류회사들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차별적 정책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을 늘리면서도 알코올 남용은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른 지역 및 나라에서도 스코틀랜드의 이 같은 실험이 효과를 발휘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웨일스와 아일랜드는 이미 주류 최저판매가격 제도를 검토 중이다.

자선단체 '알코올 포커스 스코틀랜드'의 앨리슨 더글러스 회장은 "이번 정책의 이득은 전 세계적으로 인지될 것"이라며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에도 이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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