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인상에 보유세 강화 추진…'세폭탄' 현실화하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정부의 보유세 인상을 골자로 한 세제 개혁이 가시화하면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에 쐐기를 박는 차원에서 공시가격 인상과 동시에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공시가격 증가에 이어 보유세 자체 인상까지 더해지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과거 참여정부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국회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제출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에는 현재 공시가격의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해 과세표준을 공시가격 수준으로 높이는 안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이 시가의 70%선으로 낮게 조정되고 있는데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적용해 보유세 과표를 낮출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이 경우 '공시가격'이 곧 종부세 '과표'가 돼 세금이 급등하게 된다.
공시가격 6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현재는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해 4억8천만원을 과표로 세금을 부과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없어지면 6억원이 모두 과표가 돼 세율이 종전과 동일해도 세금은 올라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은 집값 변동기에 '버퍼' 역할을 하도록 통상 시세의 60∼70% 선에서 책정했는데, 1년에 한 번 발표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때는 공시가격이 시세에 육박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표를 공시가격까지 올리면 세부담이 급증해 조세저항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부세의 각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도 참여정부의 제도 도입 당시 수준으로 인상하는 안이 추진된다.
개정안에서는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 과세표준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0.75%에서 1%로, 12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1%에서 1.5%로 각각 상향했다.
또 '초고가주택'인 50억원 초과 94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은 현행 1.5%에서 2%로, 94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은 현행 2%에서 3%로 높인다. 세율이 최고 50% 인상되는 것이다.
대신 실수요자인 1주택자는 공시가격 대상을 9억원에서 12억원 초과로 완화해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보유세 개편의 '키'는 국회가 아닌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쥐고 있다.
재정개혁특위는 이달 초 위원장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를 선임했다.
또 진보 성향의 예산·세제 분야 전문가 30명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보유세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특위에서는 현재 보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물론, 고가주택 보유자와 저가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지방의 공시가격 3억원짜리 주택 2가구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 대상이지만 강남의 9억원 미만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2주택자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데도 종부세를 내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현재 공시가격 9억원인 1가구 1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을 국회 의견과 정반대로 '6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강남은 물론, 강북 등 비강남권의 중소형 아파트까지 대거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30일 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만 봐도 서울의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13만5천여가구로 서울 전체 공동주택의 5.5% 수준이지만, 6억원 초과로 확대하면 전체의 12.8%인 31만3천여가구로 배 이상 증가한다.
여기에 1가구 2주택 이상 종부세 대상자와 고가의 단독주택까지 포함하면 종부세 대상자는 더 늘어난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참여정부가 강력한 종부세 도입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것을 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조세 형평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세부담 증가는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완급 조절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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