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털기춤'으로 '아픔' 털어버린 장하나 "5승이 목표"
(양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장하나(26)는 '에너자이저'라는 별명처럼 코스 안팎에서 늘 쾌활한 모습이다.
그러나 작년까지 장하나는 명랑한 겉모습과 달리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4차례나 우승하며 잘 나가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생활을 접고 국내로 복귀했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1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상금랭킹은 12위에 그쳤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다.
특히 지난해 KLPGA 챔피언십은 큰 상처를 남겼다.
4타차 선두로 여유있게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까먹어 6타나 뒤져 있던 장수연(22)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장하나는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장하나는 "복귀해서 뭔가 보여주려는 마음이 앞섰다"면서 "나중에는 심지어 시드 걱정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샷에만 힘이 빠진 게 아니라 자신감도 사그라졌다.
장하나는 이를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했다.
손에 익었던 클럽을 바꿨다. 수천만원의 클럽 사용 계약금을 포기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클럽을 선택했다.
근력 훈련에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장하나는 "지난해 어린 선수들과 경기를 치러보니 비거리를 늘리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전의 당당한 자심감을 회복했다.
새로 만난 최현 코치는 "자신이 얼마나 좋은 스윙을 했는지 잊어버렸더라"고 말했다. 장하나는 "최 코치가 흐트러진 스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줬다"고 밝혔다.
겨울 훈련을 마친 장하나는 비거리는 15∼20야드 더 늘었다. 덩달아 아이언샷 정확도도 더 높아졌다. 장하나는 "내 장기인 송곳 아이언샷이 돌아왔다"고 뿌듯해했다.
장하나는 비거리 3위, 그린 적중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장하나는 역전패를 당한 작년 최종 라운드 때와 달리 여유가 넘쳤다.
"작년엔 4타차 선두였는데도 불안했다. 오늘은 2타차라 더 긴장할 법 했지만 그때보다 덜했다"는 장하나는 "오늘은 왠지 절대 역전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캐디가 "네 플레이에만 집중하라"고 얘기해준 것도 긴장을 늦추는 데 힘이 됐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우승 세리머니로 '먼지털기 춤'을 춘 장하나는 "미리 준비한 건 아닌데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았던 부정적인 모든 걸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활력을 되찾은 장하나는 "상 욕심이 없지는 않다"면서 "전관왕을 하고 싶다"고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목표가 이번 시즌 5승이다. 5승을 하면 (상은) 다 따라 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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