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차이에 얽힌 역사…남북 통일 '표준시' 변천사(종합)
대한제국 첫 표준시 지금보다 30분 빨라…현재 '협정세계시+9'
일제 잔재 논란…"30분 단위 표준시 드물어, 선택의 문제"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남북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의 표준시를 다시 통일하기로 하면서 표준시 개념과 변천사가 주목받고 있다.
29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등에 따르면 표준시는 쉽게 말해 경도 0의 시각을 기준으로 나눈 시간이다.
지구 한 바퀴 360도를 24시간으로 나눈다고 보면 15도 마다 1시간 차이가 나는 식이다.
1972년 1월 1일 정한 협정세계시(UTC)가 현재 세계 표준시의 기본이 된다.
우리나라 표준시는 동경 135도 자오선을 기준으로 삼는다. 협정세계시보다 9시간 빠르다(UTC+9)는 뜻이다.
이 표준시는 오랜 기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동경 135도선은 우리 영토가 아닌 일본을 지나기 때문에, 한반도 위치를 고려해 변경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독도에서도 약 278㎞ 떨어져 있다.
우리 기준에 맞게 국토 중심부를 지나는 127도 30분 표준자오선에 맞춰 표준시를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한 표준시는 1908년 4월 대한제국 때다.
동경 127도 30분 표준 자오선에 따른 기준인 'UTC+8:30'이었다. 북한이 지난 2015년 8월 15일 평양시간으로 삼은 것과 동일하다.
그러다 1912년 1월 1일 일제강점기 때 동경 135도 기준으로 표준시를 변경했다. 일본과 맞춘 것이다. 현재 표준시가 일제 잔재라는 논란도 이에서 비롯된다.
6·25 전쟁 직후 이승만 정부는 다시 30분 차이가 나는 표준시를 썼고, 1961년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삼는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UTC+9'로 되돌아갔다.
이후 표준시 변경 제안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2013년 11월 21일 당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등 37명은 표준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본의 표준자오선을 기준으로 삼는 현재의 표준시를 한반도 중심부를 지나는 127도 30분 기준으로 바꾸자는 게 골자다.
당시 의원들은 "아직 일본으로부터 시간적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표준시 개정을 통해 영토 주권과 역사를 재확립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국가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은 그러나 회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고 비슷한 내용을 담은 표준시법 개정안은 18대(2008년 7월 23일), 17대(2005년 8월 12일), 16대(2000년 8월 12일) 때도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부분 광복절을 앞두고 해당 법안들이 발의된 점으로 미뤄 일본과의 연관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센터장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 30분 단위로 표준시를 정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시차라는 게 국제 관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고려해야 하는데 (30분 단위로 변경하면) 큰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잔재냐는 논쟁보다는 일본을 지나는 동경 135도와 중국을 지나는 동경 120도 중에서 판단할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뜻이다.
유 센터장은 "어차피 1시간 차이긴 하나 135도를 따르는 게 하루를 일찍 활용하는 측면 등에서 실용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반도 통일 표준시를 가장 정확하게 표기하는 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보유한 세슘원자시계다.
유 센터장은 "1초의 개념은 세슘원자가 가진 고유한 진동수로 정해져 있다"며 "원자는 고유한 진동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미래 표준시 원자시계를 개발 중이다.
세슘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원자 후보가 발견돼서다.
유 센터장은 "다른 나라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나, 우리나라는 이터븀이라는 원소를 활용하고 있다"며 "세슘보다 적어도 100배 이상 정확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구를 마치면) 시간 개념을 설명하는 원자가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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