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4·27' 북미정상회담 기상도는…'빅뱅' 기대감속 경계론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 완성이 과제
'빅뱅' 일괄타결론-'단계적·동시적' 접근 사이 타협점 도출 주목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도 의제 오를 지 주목…비핵화 담판이 관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4·27 남북정상회담이 종료되면서 앞으로 수주 안에 있을 북미 정상간 '세기의 담판'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확인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완성'하는 몫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놓여있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진정한 '평화'의 길에 접어드느냐, 아니면 다시금 '전쟁'의 위기로 되돌아가느냐의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달려있는 셈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비핵화다.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졌던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판문점 선언'에 명시함에 따라 이를 살려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이번 회담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를 아우르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도 비핵화의 실타래를 풀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이 나오자 마자 이를 환영하는 '트윗'을 올린 것은 바로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고무됐다" "어떤 매우 좋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 "매우 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등의 긍정적 전망을 쏟아내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판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북미정상회담을 낙관하기만은 쉽지 않다는게 워싱턴 조야의 기류다. 남북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공동목표로 적시, 비핵화 본협상의 발판을 마련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비핵화로 향하는 구체적 로드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이제 대화의 무게추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고려하고 있느냐에서 비핵화 약속을 어떻게 구체적 조치로 진전시키느냐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외교가가 주목하는 것은 담판 테이블에 앉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둘러싼 기존의 입장차를 어떻게 좁히느냐이다. '핵·미사일 개발 시간만 벌어주며 북한에 속았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대 압박작전의 빗장을 섣불리 풀지 않겠다는 미국과 단계적 접근법을 통해 핵폐기를 최대한 미루면서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 등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얻어내겠다는 북한 모두 과거와 다른 여건과 각오 속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어 수 싸움이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당초 공언한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달성해는게 목표다. 그 방법론으로 이른바 '빅뱅 접근법'이 거론된다.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맞서 처음부터 핵폐기에 합의하며 속전속결식 일괄타결을 모색하는게 그 핵심이다.
특히 단계별로 보상해주는 과거 방식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나아가 이행기간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핵 폐기 시한을 '6개월∼1년'으로 못 박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북핵 문제의 완전 해결 시점이 2020년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020년은 미국의 대선이 있는 해이자 최근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 총력 노선으로 방향을 튼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종료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으로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하기는 했지만 실행방식을 놓고는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 즉각적 핵폐기가 아니라 동결과 감축, 폐기 식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매 단계마다 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체결, 국교정상화 등 보상을 얻는 방식을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자신들이 포기하는 모든 것에 대해 어떤 것을 얻는 방식으로 미국과 장군 멍군식 주고받기 협상을 원한다. 지난한 협상이 될 것"이라는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전망도 이러한 상황인식에 터 잡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대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상 거리를 좁히는 것을 시작으로 해 '핵동결→핵시설 신고→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및 검증→불가역적 핵시설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교집합을 넓혀가며 이행 검증과 보상 문제를 조율해 가는 게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김 위원장 극비 면담 등 그간 진행돼온 북미간 막후 협상에서 모종의 진전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대화가 잘 되고 있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
결국 북미 정상이 핵 폐기 목표를 담은 큰 틀의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행단계를 최소화해 최단 시간 내에 비핵화를 달성해나가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핵화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던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 안전 보장'과 직결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남북한이 금년내 종전을 선언하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그 골자로, 종전의 완결성을 확보하려면 북한과의 정전협정 당사자였던 미국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축복한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종전선언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밝혀왔으며, '판문점 선언' 직후에는 트위터를 통해 대문자로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미완의 비핵화 상태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핵 없는 평화'가 아닌 '핵 위의 불안한 평화'가 될 수 있어 미국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대대적으로 환영한 종전선언을 시간표대로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완전한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물을 조기에 손에 쥐어야 하는 부담을 안은 셈이다.
종전선언과 함께 북미 국교정상화와 주한미군 및 한미연합군사훈련의 향배 등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틀 거리 안에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문점 선언에 들어간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문구를 두고 워싱턴 조야 일각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는 북한 뿐 아니라 한국내 핵도 불용한다는 함의를 가질 수 있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비롯, 자칫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도 이날 남북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북한 인권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경제제재와 함께 인권 문제를 고리로 대북 압박을 강화해왔다.
그 연장 선상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문제도 이번에 매듭 지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완전한 비핵화의 해결사의 자임, 그 업적을 발판으로 재선 가도를 닦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핵을 지렛대로 최대치의 보상과 체제 안전을 끌어내면서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씻어내려는 김 위원장이나 이번 담판에 명운이 걸려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올 초까지도 거친 말 폭탄을 주고받다 벼랑 끝에서 반전의 승부수를 던지며 비핵화 여정에 들어간 두 사람이 '통 큰 합의'를 통해 '윈윈'할지,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식 게임을 벌이게 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남은 기간 북미 간 신뢰가 얼마나 더 회복되느냐도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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