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남과 북 자녀들 서로 정 나눴으면" 이산가족 희망의 눈물
이산가족 상봉 재개 소식에 "꼭 보고 싶었는데…고맙고 감사하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정상회담에서 8·15 광복절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하자 이산가족들은 오랜 기다림과 고통의 시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임옥남(89)씨는 올해 안에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는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듣고 떨리는 목소리로 반겼다.
임 할머니는 "오늘 아침부터 종일 텔레비전 앞에만 있었고 '어떤 말이 나올까' '우리 같은 사람들도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며 "너무 좋고 고맙고 다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그는 "꼭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고 자유롭게 서로 오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며 "남과 북 정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 할머니 동생 옥례(82)씨는 17살인 1950년 고향인 전북 완주에서 "북으로 가면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북한군 말에 북으로 올라갔다.
가족들은 '똑똑한 아이니까 꼭 다시 찾아올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68년이 지난 지금까지 옥례 씨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황해도 연백군 출신으로 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병호(93) 할아버지는 "북쪽에 부인과 아들 둘이 있는데 부인은 90세가 넘어서 현재까지 생사를 알지 못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모습을 보니 이산가족 상봉 실현이 실감 난다"며 "나이 많으신 다른 이산가족들에게 순서가 밀려 아직도 북쪽 가족을 만나지 못했는데 꼭 보고 싶다"고 간절함을 내비쳤다.
또 "남쪽에서 자리 잡고 결혼해 아들 하나를 뒀는데 죽기 전에 북쪽 가족을 만난다면 남쪽 아들과 북쪽 아들들을 서로 소개해주고 싶다"며 "내가 죽더라도 남북 아들들이 서로 정을 나누며 사이좋게 지낸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 소망했다.
광주 서구에 사는 김순임(79) 할머니는 2014년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64년 만에 큰오빠 권수(86)씨와 재회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 할머니는 "이대로면 올해에 통일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 할머니는 "뉴스에서 문재인, 김정은이라고 쓰인 비를 세우는 것을 보니 꿈만 같다"며 "오빠와 지난 상봉 때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그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아들 셋, 딸 한 명을 두고 잘살고 있다는데 조카들과 새언니도 꼭 만나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헤어질 당시 오빠가 20대였지만 아버지를 닮은 오빠를 한눈에 알아봤다는 김 할머니는 "오빠를 만나 손을 덥석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여태 기다렸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북에 있는 오빠 가족과 왕래할 날을 기다릴 것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우철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제주사무소장은 "남북 간 서신이 왕래 되고 생사 확인이 된다면 실향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다"며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수시로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실향민 2세로 함경북도 학성군이 부모님의 고향이며 1.4 후퇴 때 남으로 왔다. (장아름 윤태현 고성식 정경재 이승형 기자)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