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서해 NLL 평화수역 합의…화약고→황금어장 기대
제1·2연평해전 촉발 해역…안전한 어로활동 보장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손현규 기자 = 남북한 정상이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서해 5도 조업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판문점 공동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해를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지역 최우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번에 북한까지 화답함으로써 NLL의 평화수역 조성은 구체적이고 빠른 속도로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해 NLL은 휴전 상태의 한반도에서 2차례나 실제 남북 교전이 발생할 정도로 한반도의 화약고로 여겨졌다.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땐 수많은 남북 병사들이 교전 중 전사했다.
이처럼 남북 대치의 최전선을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면 서해 NLL은 남북 화해를 상징하는 '바다의 개성공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서해 5도 어민들은 섬 북쪽의 NLL 해상에서는 군사적 위험 때문에 조업이 금지돼 있다.
바다의 휴전선이나 마찬가지여서 남북 어선 모두 조업할 수 없는 금단의 해역이다 보니 '물 반 고기 반'인 황금어장이 형성돼 있다.
남북 대치 속에서 어부지리의 이득을 챙겨 온 것은 불법 중국어선들이다.
중국어선들은 남북 대치 상황 때문에 남북 어느 쪽도 NLL 선상에서 불법조업 단속을 벌이지 못하는 점을 악용, 이 일대 해역에서 NLL을 넘나들며 우리의 어족자원을 싹쓸이해 왔다.
그러나 NLL이 평화수역으로 조성되고 남북 어민들의 공동 조업이 가능해진다면 남북 당국의 공동 단속으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민들은 공동어로구역 조성뿐 아니라 남북 공동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 등 남북 어민 협력사업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령도에서 연평도까지 서해 NLL 해상에 대형 바지선을 띄워 남북 수산물을 교역하자는 것이다.
서해 5도 어민들은 이날 남북 공동선언문을 크게 반겼다.
박태원(58) 연평도 어촌계장은 "공동선언문에 담긴 서해 NLL 평화수역 조성은 그동안 서해 5도 어민들의 주장이 사실상 수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군사적 도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 NLL 인근 해상으로 올라가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다면 꿈만 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해에 평화해역을 조성한다는 남북 합의는 2007년에도 있었지만 이행되지 못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0·4 공동 선언에서 서해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듬해 정권 교체 이후 추가 조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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